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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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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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도심 속의 자투리땅에 각 구당 하나씩의 마을 마당을 조성키로 했다 한다. 꽃과 나무를 어우어지게 하여 휴식하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미니 공원인 셈이다. 세상이 바뀌어서 그렇지 전통 사회의 마을 마당의 기능은 대단했다.마을 마당은 촌락 지방자치인 향약 집행의 형장이었다.그래서 안팎에 형틀이 상비되어 있었는데 밖틀은 엎들여 놓고 엉덩이를 치는 남자용 태판이요, 안틀은 통나무를 엇비슷하게 걸쳐 놓고 속옷 벗긴 부녀자를 말처럼 태워 끌어 내림으로써 사타구니에 찰과상을 입히는 부인용 형틀이다.이밖에 향약벌칙은 마을 마당에서 집행되었는데 입정이라 하여 마을 마당에 일정 일수동안을 세워놓거나 면벽이라 하여 마을 마당의 벽이나 담을 바라보도록 하여 앉혀두는 체면형이 그것이다. 옛날에는 패륜이 극심하여 소문난 악인이 생기면 사형까지도 시켰다 한다.마을 장정들로 하여금 마을 마당 한복판에 통나무 기둥을 세우고 범인을 묶어매어 꼼짝을 못하게끔 한다. 그러고서 물에 적신 창호지를 범인의 얼굴에 붙인다. 한겹 두겹 붙여나가면 숨을 쉬기가 차츰 차츰 어려워진다. 그렇게 해서 서서히 죽어가게 했다. 이 사형 방법에서 얼굴에 갖다 붙이는 그 종이를도모지라 했다. 황현의 [매천야록]에 보면 흥선대원군이 천주교도들을 학살할때 이 수법을 썼기에 아무리 해보아도라는 뜻인 도무지라는 말이 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마을 마당은 새로 이사온 장정에게 동질화를 시키는 통과의례-- 신참학대를 가하는 장소다. 돼지 우리에서 나오는 오수로 얼굴을 씻기거나 짐승 흘레하는 시늉을 짓게 하는 등 갖은 모욕을 가하고 술을 대접받는 입사식의 현장이다. 성인이 되려면 무거운 돌을 들거나 높은 바위를 뛰어 넘어 근력과 담력을 테스트받고 술상을 올리는 성인식도 마을 마당에서 벌였다.마을에서 처녀가 죽으면 시집못가고 죽은 한을 풀어준다 하여 그 처녀가 입었던 저고리나 치마를 이 마을 마당에 던져두어 그 마당에 드나드는 장정 총각들에게 밟히게 했다. 상징적인 사랑의 현장이기도 했던 것이다.이처럼 마을 마당은 향약입법, 향약행정, 향약사범의 삼부 기능을 집약했고 마을 사람들의 통과의례를 관장했던 한국적 삶을 이해하는 역사적 현장이었다. 마을 마당이란 이름만 살리고 그 마을 마당의 정신은 살릴길 없으니 아타까워 이렇게 적어라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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