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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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8년 남미 페루의 스페인 총독 관저에서 미모의 백작부인이 죽어가고 있었다. 총독은 포고문을 산간 벽지에까지 붙여 민간약방을 구했다. 그 중 안데스 산맥에서 급송된 킨키나 나무껍질을 달여 먹이니거짓말처럼 나았다. 이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은 말라리아 퇴치약 키니네인 것이다. 백인들은 이 키니네 덕분으로 열대지방을 개발하여 대제국을 일구었고 아프리카에서 2천만명이나 되는 값싼 노동력을 신대륙으로 옮겨갈 수 있었던 것이다.고대 희랍이 망한 것은 사치와 나태, 구심시킬 신앙의 쇠퇴가 원인이요, 근인으로는 말라리아의 만연을 든다. 로마 정치가 카토는 말라리아가 만연한 빈민 지역에 일부러 이사함으로써 지도력을 과시했다.말라리아는 학이라 하여 고대 주나라때 기록에 첫 등장한다. [좌전]에보면 제후가 말라리아병을 앓는데 낫지 않자 병낫기를 기도하는 무당직 벼슬아치를 죽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안자가 이 무고한 살인을 만류케 한 것은 유명하다.인조때 저작인 [송도기이]에 송도 화장사 불전 뒤에 밑을 모르는구멍이 나있는데, 큰 뱀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구전되었다. 학질을앓으면 이 구멍 위에 앉히면 뱀이 머리로 치받고, 치받치면 학질이 떨어진다 하여 원근에서 환자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학질은 놀라게 하면떨어진다 하여 등짝이나 옷깃에 관우 장비 염라대왕 등의 글자를 써붙이거나 일제시대에는 무서운 존재였던 주재소 순사, 조선 총독의 이름을 써 붙이기도 했다.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지나가는 철교 아래 매달려 있기도 했다.[학질앓는 아이 벼랑 떠밀이]라는 속담이 있다. 벼랑에서 갑자기 떠밀린계집아이의 학질은 분명히 떨어졌을 것이지만 계집아이의 목숨도 떨어졌을 것 또한 틀림없다. 작은 일에 눈이 어두워 큰 일 그르칠때 이 학질속담을 썼다.1960년 초에 유엔 보건기구가 앞으로 20년 후에 지구상에서 추방될것이라고 장담했던 말라리아가 우리 나라에서만 9월 말까지 1천6백명이 발생하는 등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다. 충격적 뉴스의 연속에 학질귀신이 놀라는데 면역이 생겼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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