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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프랑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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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중 유태인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유태인 정신분석학자 빅토르 프랑클은 수용소에서 목격한 촛불 이야기를 이렇게 적고 있다. 60대의 한 할머니는 독일 장병 숙소에 사역 나갔다가 토막 초를 자주 주워왔다.수용소에서 가연성의 촛불을 켠다는 것은 죽음의 빌미를 주는 위험한 일이었다. 한데도 담요를 둘러 쓰고 자기만의 공간에 촛불을 켜놓고 응시하는 것으로 소일했다.닳아가는 초를 마치 여생처럼 아껴가며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을 촛불에다 생을 기탁하는 듯했다. 어느 날에는 너무 오래 촛불을 끌어 안고 있기에 담요를 벗겨 보았더니 촛불은 도두 닳아 쇠진되고 할머니는 눈을 뜬채로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프랑클은 수용소라는 극한 상황에서 벌어진 처절한 인간 반응에 이같은 감동적인 조명을 대고 있다.1944년이 저물어 갈무렵 크리스마스 이전에 독일은 연합군에 패배하고 수용소의 유태인은 모두 석방된다는 희망적인 소문이 나돌았었다. 한데 크리스마스가 가고 정월에 접어들었는데도 전쟁이 끝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희망이 끊어지면서 수용소에서는 사람이 기하급수로 죽어가는 데 겉잡을 수 없었다. 평소 죽어나가는 수의 12배가 매일처럼 죽어나갔기때문이다.프랑클은 이렇게 적고 있다. [나도 그 무렵에 발진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는데 다만 남들과 달랐던 것은 이 생명과 희망의 함수를 학술적으로 규명해내야겠다는 기대가 있었다는 것 뿐이다] 고.같은 방에 갇힌 동료가 죽어나가거나 죽음의 가스실에 호명돼나가 돌아오지 않거나 하는 우울한 감방의 나날이다. 모두들 영양 실조로 제대로 앉아 있을 힘마저 없었다.어느 한 죄수가 힘겹게 일어서서 철창밖의 석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서로 엉키며 창가에 힘겹게 일어들 섰다. 그 가운데 누군가 혼잣말을 했다.[세상이란 왜 이다지 아름다운지.] 프랑클이 써남긴 글의 한 대목이다.인간의 극한 악과 극한 분노속에서 이렇게 맑고 밝은 인간 측면을 보아내어 전세계의 지성을 감동시킨 빅토르 프랑클이 엊그제 92세로 죽었다.그는 오스트리아 빈대학 정신의학 교수며 실존분석과 언어치료학을 창시한 학자로 세계 지성인의 모임인 국제가치회의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20세기 10대 지성인으로 뽑힌 분이었다. 그 영향력을 준 체험수기 [강제수용소에 있어 한 심리학자의 체험]은 20세기의 고전으로 기리 남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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