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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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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후 황폐한 일본인의 심정을 저음으로 휩쓴 프랑크 나가이라는 가수가 있었다.한국계 일본인이다. 그 가수가 85년 어느날 자살을 기도해 假死상태로 입원했고 병원에서는 腦死로 발표했는데 며칠 후에 그가 뇌사에서 살아난 것이다. 이때 신문들은 [뇌사로부터 생환]이라고 대서 특필했었다.90년 9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22세 청년이 자동차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았다. 한데 부모 승인으로 장기이식을 하고자 옮겨가고 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살아 나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임신한 뇌사 여인이 달이차 분만한 사례도 있다. 극히 드문 생환 사례이긴 하나 뇌사를 죽음 과 동일시하여장기를 노린다는 것은 무리라는 단적인 증거인 것이다.신이 죽었다고 선언한 것은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니체다. 신이 죽고 나니 남은건 인간밖에 없다. 그 인간이 만물의 척도가 되어 옳고 그르고, 선하고 악하고, 이것이고 저것이고 하는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인간 만능이 되다보니 그 판단의 기준은 풍요하게 살고 싶다든가 장수하고 싶다든가 하는 욕망을충족하는 것일수록 선으로 판단하려 든다.그것이 20세기를 지배해온 人本主義다. 거기에 인간의 육체를 五臟六腑의 부품으로 이룩된 하나의 기계로 본 데카르트의 인간기계론이 야합한다. 빼었다 박았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철학적 바탕에 인본주의의 공리가 씨앗뿌려져 열매맺은 것이 臟器移植이다.이식은 산사람의 것이어야만 하는 臟器가 많다. 그래서 腦死를 죽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대두된 것이다. 공리적 목적을 위하여 죽음의 개념을 바꾼 격이다.죽음의 개념이나 그 한계를 이렇게 애매하거나 불확실하게 해놓고 장기의 이식을 하게 한다면 생명의 영역이 죽음으로부터 침해받을 것이요 불법적인 장기의 이식이 보다 더 성행하게 될 것이다. 증가하는 장기의 수요를 뇌사자가 충당하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 가치가 붙어 장기시장이 서고 범죄가 수반되는 인간 파괴로도 확대될 것이므로다. 뇌사가 인정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장기매매 시장이 보도된 것을 보았는데 이승과 저승의 중간 광경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였다.신장 2만5천루비(2백70만원), 안구 5만루비(40만원)하며 소의 내장을 흥정하듯 했으니 말이다.너무 살벌하지 않은가. 뇌사를 인정하는 법을 연내에 제정할 뜻을 관계장관이 밝혔다. 그 명분으로 뇌사 불인정으로 장기 매매의 부작용이 따르고 있다는 것을 들고 있는데 설득력이 약하다.보다 떳떳한 명분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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