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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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제왕학으로 손꼽히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쓰게된 동기는 이렇다.마키아벨리가 피렌체 시정부의 사절로 로마에 갔을때 당시 집권자인 체사레 보르지아를 만나보고 그 인물에 반해버린다. 교황 아들이기도한 28세의 체사레는 휘하 장군들의 반란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고 주모자인 세 장군에게 출두를 명했다.출두하면 죽는다는 것은 상식이기에 거사를 앞당기거나, 도망칠 것이 뻔한 일이다. 한데도 이 세 장군은 호위병 하나 대동하지 않고 출두한 것이다. 뱀 아가리에 스스로 기어든 개구리격이다. 그 가운데 한 장군은 자신을 애지중지 길러준 숙부를 잔치에 불러놓고 그 자리에서 박살내고 성을 뺏은 소문난 악인이다.그런데도 사색을 하고 대령하지 않을 수 없게 한 체사레의 신비에 가까운 통치능력에 마키아벨리는 압도당한 것이다. 체사레가 로마니아를 정복했을때 흉포한 레미르로를 총독으로 임명하여 협조하지 않은 반항자들을 무자비하게 잡아 살해하는 공포정치를 베풀게 했다.백성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폭동을 일으키기 직전 계획된대로 체사레가 나타나 레미르로를 체포, 압정의 죄를 물어 시민 앞에서 처형하고 시체를 전시했다. 정의로운 새 지도자라 하여 민심이 결집됐음은 두말 할나위 없겠다. 마키아벨리즘--하면 권모술수를 뜻하듯 바로 그 제왕학이 [군주론]인 것이다.옛 중국의 제자백가는 그들 저서의 3분의 1 이상을 제왕학에 할애 했다해도 대과는 없다. 공자는 군주의 3대 요건으로 식량을 족하게 하고 병비를 튼튼히 하며 백성으로부터 신뢰받는 일이라 하고, 이 3요건중 불가피하게 버려야 한다면 병비를, 다시 하나 더 버려야 한다면 식량을 버리지만 결코 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 신뢰라고 했다.맹자는 이상적인 군주의 자격 조건으로서 천시 지리 인화가 갖추어짐을 들고 있다. 천시보다는 지리를, 지리보다는 인화가 중요하며이 인화는 도덕을 준수해야 이루어진다고 하며 도덕정치를 강조했다.이 모두가 오늘에 시사하는 바 큰 대통령학이 아닐 수 없다.고려대학에서는 새 학기부터 대통령학이라는 이색강좌를 개설해 그제도적 측면에 조명을 댈 것이라 한다. [자치통감]이나 [정관정요] 처럼 최고 리더십을 위한 동서고금 통치사례도 체계-과학화하여 대통령될 사람들의 자질을 좀 높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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