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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먹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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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에 울분을 터뜨리는 수단으로서 빌딩이나 길거리에서 돈을 뿌리지만 옛날에는 부자나 세도가들이 생일이나 명절날을 택해 적선으로돈을 뿌렸다. 이를 살전이라고 했다. 그래서 인물을 말할때 품작 다음에 몇 말의 돈을 뿌렸는가를 부연했기에 경쟁적으로 살전량을 늘렸다.철종의 장인 영은부원군 김문근(영은부원군 김문근)은 그의 생일에지붕에 올라가 엽전 두섬을 길에 뿌렸다는 기록이 있다. 남녀노소 할것없이 몰려들어 돈을 줍는 족족 입에 담았다. 그래서 살전판에 끼이는 것을 돈먹으러 간다고 말했다. 한푼 이상은 못줍게 하므로 숨기고자 먹게 됐다고도 하고 본래는 돈이 아니라 빈민을 위해 빈대떡을 뿌렸던데서 먹는 풍습이 유래됐다고도 한다.전통 유랑 극단인 사당패의 사당놀음에는 돈먹이기 절차가 간간이끼여있다. {돈먹이기 마당이요!}하고 외치면 빙 둘러서 있던 관객들은엽전을 입에 물고 주둥이를 내민다. 그러면 미모의 여사당이 너울 너울 춤을 추며 돌면서 그 입에 문 돈들을 입으로 물려받는다. 난봉꾼들은 쏜살처럼 혀를 놀려 여사당의 입속을 휘젓고 나온다. 그래서 [돈먹이기]가 된 것이다.한말 때 한성에는 선비들의 사랑방을 전전하며 원맨 쇼로 시사를 풍자하고 다니는 벙어리 한 분이 있었다. 무척이나 잘 웃겼기에 정가소로 불렸다. 이 분의 단골 프로에 뇌물을 좋아하는 당대 벼슬아치들의돈먹는 소리내기였다. {평안감사 아무개가 은전 석되를 입에 퍼붓는데이빨에 와닿는 소리가…}하며 은전이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 목구멍으로 돈 넘어가는 소리, 뱃속에 돈 쌓이는 소리, 걸으면 돈 출렁이는 소리로 당시의 부패사회상을 풍자하고 다녔던 것이다.한말의 기인 정수동의 돈을 둔 해학도 유명하다. 어느날 그가 식객으로 있는 모 대감댁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집의 계집종 한명이 황급히찾아와 저의 아기가 엽전 한닢을 삼켰는데 어찌하면 좋겠느냐며 동동거렸다. 이에 정수동이 하는 말이 {야, 이 사람아. 주인댁 대감은 일만냥의 돈을 먹고도 까딱없는데 겨우 한닢 먹고 그렇게 동동거리는가}고--.아기들이 철모르고 집어먹는 이물질 가운데 절반이 동전이라는 통계가 보도되었다.아기 양육에 경종으로 들리지 않고 전 대통령들이 먹은돈이나 한보가 쏟아붓듯 먹인 돈들에 비교돼 까짓 하는 정수동이 심사가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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