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돌아온 은어

본문

궂은 물에 은어 달아나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빗대는 말이다. 은어는 그 만큼 오염된 물에 민감하다. 한양의 물꾼들이 한강물을 퍼다 팔았는데 그중 비싼 물이 우중수와 은어수였다. 한강에 흐르는 물 가운데 웃물도 아랫물도 갓물도 아닌 복판물을 우중수라 하며 약 달이는 데 좋고 은어가 놀고 있는 3척 둘레 안의 물이 은어수로, 이 물로 밥을 지으면 밥맛이 나고 잔병을 물리친다고 알았기 때문이다.은어는 1㎡를 자신의 세력권으로 삼고 그 속을 정화하여 다른 어족의 침범을 경계하는 습성이 있는데 우리 조상들 3척 둘레 안의 물을 식수로 삼았음은 퍽이나 과학적이었다 할 수 있다.은어가 깨끗하고 결백하며 정화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신한 때문인지 부정불의도 싫어하는 정신적 고기로까지 여기기도 했다. 한강 배다리(주교) 근처에는 은어가 살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배다리는 그 때문에 수탈당해온 민원의 표적이기에 그렇다. 임금의 사냥이나 능참배가있을때마다 한강의 모든 배들을 징발, 이를 엮어서 배다리를 만들었었다. 이 강제 징발에 따른 민폐가 얼마나 심했던지는 다음 민요에서 완연하다. [강원도 뗏목 장수/뗏목 빼앗기고 울고 가고/전라도 알곡장수배 빼앗기고 울고 가면/마포 객주 발뻗고 울고/색주가들은 머리 잘라판다.].한강에 떠있는 배는 모조리 징발당했기에 한강을 통한 장사는 중단되고 거간하는 객주들은 발뻗고 울 수밖에 없고, 장사가 돼야 술과 웃음을 파는 색주가는 끼니를 위해 머리를 잘라 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한강의 은어는 민중편에 서서 이 수탈에 저항, 배다리 놓는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강물의 흐름 속도를 비교하는 지수로 하황계류라는 게 있다 한다. 흐르는 지 머물러있는지 분간 할 수 없는 런던 템스강의 그것이 [8]에 불과한데 한강은 [400]이나 된다 한다. 대단히 빨리 흐르는 그 한강인지라 오염이 머물 수가 없는데도 물이 썩어 주변의 식생 어류 그리고 조류수가 반감, 오늘에 이른 것이다. 반신불수의 병든 이 한강에 심신의오염에 민감한 은어가 다시 돌아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강을 위해 축제라도 벌여야 할 일이다. 다만 그 돌아온 은어가 치매에 걸렸거나 오염으로 기형이 된 은어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하고서 말이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13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