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 심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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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살을 잡고 싸우다가도 누군가가 말리고서 담배를 물리면 한 모금 내뿜으며 수그러든다.영국 의회의 휴게실 입구에는 담배가 놓여있게 마련인데, 회의장에서 명패를 던지며 싸우다가도 이 휴게실에 들어오면 언제 싸웠느냐는 듯이 화기가 돈다고 한다. 그 분위기 전환의 마술사는 다름 아닌 담배다.그 휴게실의 애칭이 스모크(담배)와 매직(마술)을 합성한 스모직룸이다.골초인 처칠이 시거를 물고 있는 동안은 아무리 원색적 언사로 약을 올려도 담배 연기에 여과되어 무력해진다는 것은 유명하다.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절대로 자기 아내와 싸우지 않는다고 말한 이는 임어당이고 .담배는 감정 억제 뿐만이 아니라 자기를 억제하는 힘도 차력한다.유교의 실천 덕목은 바로 이 자기억제에 있다. 실천 유교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소수 엘리트층에 국한했을 뿐이요, 하층 민중에까지 그 덕목이 저변화한 것은 한국 뿐이다.곧 자기 욕심이나 안이, 편의를 극소화 하려는 억제의 메커니즘이 담배 힘을 빌리러든 것이며 그것이 한국인을 골초로 만든 원인이 됐음직하다.남달리 강했던 관료주의 반상의식 가부장주의 장유유서 조상 숭배 남존여비 등 억압 밑에서는 터득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기억제의 정신체질이 담배에서 구원을 찾음직하다.서양이나 중동 사람들은 뜨내기 이동성 생활을 해온 민족이기에 서로가 만나면 할 이야기도 많고 또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돼있다. 한데 서로가 붙박이로 한 마을에서 살아온 정착민족인 한국인은 서로가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사이이기에 대화거리가 빈곤하고 공백 시간이 따르게 마련이다.어색한 이 공백을 메우는 최선의 방법이 담배다.또 이동민족은 고독에 길들어 공원의 벤치나 창가의 의자에서 한나절 앉아있을 수 있다.술한잔 놓고 혼자서 두세시간을 보내는 것도 예사다. 한데 어울려 살아온 정착민족의 후손은 작은 고독도 감내하지 못하고 담배에 손이 간다.한국인 1인당 연간 담배 소비량이 4천1백53개비로 세계 최고의 골초라는 통계가 보도되었다. 아이젠하워는 연간 2만1천9백개비를 피웠고, 처칠은 잠자는 시간 빼놓고 시거를 물지 않은 시간이 하루에 3시간도 못된다.또 오스카 와일드는 하루에 담배 3갑이 모자라 밤중에는 꽁초를 찾느라 이방 저방 헤맸다고 한다. 이처럼 개인 차이가 많지만 국가 차이에서 우리가 두드러진 데에는 어떤 문화적 배경도 없지 않을성 싶어 이렇게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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