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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림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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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선행으로 신문에 난 수피아라는 이름의 거지 할머니가있었다.기독교 가문이거나 예배당에서 지어준 이름인가고 물었더니이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동네 숲속에 버려진 사생아이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라 했다.곧 숲속에 버려진 것을 주워왔다 하여 숲의 아이→숲의 아→수피아가 된 것이다.울릉도에 고망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노인들이 많다던데 울릉도의 산열매에 마고망이라는 것이 있어 이 열매를 먹으면 아이를 밴다는 속전이 있어 이를 먹고 밴 아이라고 하여 고망인 것이다.남도에 가면 꼬치미란 예쁜 이름의 할머니들이 많다. 이 역시 부지기초라는 보릿고개를 넘기는 산나물 이름이다. 제발 굶는일만은 없어달라는 부모들의 애절한 염원에서 붙여진 식물성 이름이다.한말에 유명한 화적떼의 두목에 엄중덕이라는 자가 있었다. 만약 그의 아버지가 저승에서 그가 이름지어준 엄중덕이가 화적의 도목이 되었다고 들으면 기겁을 하여 두번 죽었을 것이다.일제때 청계천의 거지 두목으로 소문난 김부영의 아버지도 매한가지였을 게다. 옛날에는 태어나서 이렛만에 이름을 지어주는데 이를아명이라 했고 양반은 성인식이랄 관례때 족보의 항렬에 맞추어 본명이 지어지는게 관례였다.아명을 지을 때 엄중덕이나 김부영처럼 좋은 뜻이 담긴 이름은 좋지 않다는 속신이 있었다. 오히려 좋지 않은 궂은 이름이 전화위복으로 신상에 좋다고 여기는 전통이 있었다. 왜냐 하면 호사다마라하여 좋은 일에는 항상 악귀가 해코지를 하고자 따라 붙게 마련이기에 이름이 궂은 악명이면 악귀가 얼굴을 찡그리고는 도망친다고 알았기 때문이다.황희 정승의 아명은 도야지였고 고종의 등극전 아명은 개똥이였다. 동칠개라는 이름의 빈도도 높은데 세상에 측간에서 쓰는 도구이름을 귀한 아들 이름으로 삼기까지 했던 것이다. 고쳐지길 바라는 성질이나 버릇을 아명으로 삼기도 했다. 심술이 몽총이(멍총이) 발발이 보지란(부지런) 등등.이처럼 우리 전통 아명은 악귀들의 해침을 피하는 과정에서 짓궂 게 변질돼버렸다 할 수 있다. 또 항렬에 맞추어 한자에 집착하다 보니그 발음이 생각지도 않았던 궂은 이름이 되어서 피해를 받는 경우가적지 않이 생겨나고 있다.김치국 나죽자 같은 경우가 그렇다.이같은 궂은 이름들을 한시적으로 번거롭지 않게 개명해 주기로 했다니 이름을 둔 의식의 변천을무상케 하는 조치랄 것이다.미국에서 제일 흔한 남자이름은 [존]이다. 미국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다.여자이름은 유행을 따른다. 엘리노어 루스벨트대통령부인이 살아 있을 때는 [엘리노어]란 이름이 유행했다. 부시 대통령시절에는 부인의 인기가 대단했다.그래서 [바버라]라는 이름이 많았다.조지아주립대학에서 몇년전에 조사한 바로는 학교에서 제일 인기있는 사람은 [존]이니 [마이클]이니 하는 가장 흔한 이름을 가진 학생들이었다. 또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향상심이 강한 사람도 이들이었다. 템플대학 교육심리학 교수인 토머스 바시박사의 조사로는 평범하고 흔한이름의 학생들이 지능지수며 학교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미국 10대소녀 절반 이상이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싫어한다. 그래서 제멋대로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때로는 성까지 바꾸려는 사람도 있다.영화계 대부나 같았던 새뮤얼 골드윈의 본래성은 드피시(금붕어)였다. 그게 상스럽다 하여 개명아닌 개성을 법원에 신청했다. 이를 승인하면서 판사는 {자수성가한 사람은 이름도 제손으로 만들길 원하는가보다}고 한마디 했다.우리 나라에서는 이름이 사람을 만든다 하여 작명가에게 가는 부모가 많다.작명가는 한자의 획을 따지고 또는 크게 되라고 가령 치국이라 지어 준다. 그 아이의 성이 김씨일 때는 [김치국]이라는 놀림감이된다는 것을 전혀 생각지 않는다.그러나 한번 정해진 이름을 바꾸기란 대단히 어려웠다. 그런 개명의 길이 이제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국민학생에 한하며,그것도 내년 1년동안 뿐이다. 하기는 개명이 흔하고 잦아도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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