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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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코리아 박형순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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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훌쩍 넘긴 지금도 나는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가난한 시골동네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나와 친구들에겐 크리스마스때 교회에서 나누어주던 사탕과 연필은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이었다. 어떤 친구는 인근 동네까지 원정을 다녀온 후 두둑한 주머니를 자랑하곤 했다.
고무신 속에서 녹아버린 눈으로 발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얼굴에서는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가진 것 없던 사람들이 조금씩 쪼개어 사랑을 나누던 그때가 참 좋았다.
이전에 비해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해진 지금 크리스마스에 더 이상 눈이 내리지 않는다. 고무신 대신 첨단 신소재로 만든 신발을 신어도 왠지 발이 시렵다. 요즘 사람들은 영하 10도만 되면 살인추위라며 엄살을 떤다.
그러나 사랑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작은 선물에 감격하고 즐거워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성년이 된 지금도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외국 출장을 다닐 때마다 유니세프 모금 운동에 동참하고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하면 순회하며 모금에 참여하는 나를 발견한다.
또 한 회사의 홍보담당자로서 얼마 전에는 '사랑의 집짓기'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성사시키고 그 기공식에 다녀왔다. 기공식에서 주최측의 한 관계자가 후원회사들을 무주택자들에게 보금자리를 지어주는 '참 좋은 산타클로스'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나는 솟아넘치는 사랑을 혼자 간직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365일을 무보수로 일하고 봉사하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이야말로 진정한 산타클로스라는 생각을 했다.
보잉코리아의 전 임직원과 가족들은 내년 봄 경기도 파주의 집짓기 현장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계절은 봄이 되어도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크게 고동치는 심장의 박동소리도 들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1년내내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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