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든 그릇을 쪼았던 매
본문
옛날 아라비아에 산드밧드란 용맹스러운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전쟁터에서도 용맹스러울 뿐만 아니라 사냥을 즐겼고 또 잘했습니다. 그는 사냥을 할 때 꼭 매를 앞세웠습니다. 매는 사냥할 때마다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매를 무척 사랑했는데 어찌나 좋아했던지 매가 왕의 잠자리까지도 지키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왕은 여느 때와 같이 매를 앞세우고 몇 명의 신하를 거느리고 산으로 사냥을 갔습니다. 그날따라 산드밧드 왕은 나무가 울창한 곳에 와서 사슴 한 마리를 발견하고 쫓았습니다. 그러나 나무 가지가 많아서 신하들이 사슴의 뒤를 잘 쫓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왕의 손 위에 않았던 매가 날쌔게 날아가 사슴의 위치를 알려주곤 해서 무난히 사슴을 잡았습니다. 왕은 기뻤습니다. 더구나 왕이 아끼며 기른 매의 공으로 사슴을 잡았기 때문에 그 기쁨은 더욱 컸습니다. 왕은 매를 손에 앉히고 자기 목에 건 금으로 만든 컵으로 수통 물을 따라 부어 매에게 먹이려 했습니다. 때마침 날씨가 무더워서 수통의 물은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본 신하가 “임금님, 이 나무 밑 둥에 맑은 물이 괴어 있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왕은 얼른 그 물을 한 그릇 떠서 매에게 먹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매는 물이 든 그릇을 쪼아 엎었습니다. 왕은 다시 물을 떴습니다. 매는 또 쪼아 엎었습니다. 왕은 슬그머니 화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매에게 주지 않고 자기가 마시려고 새로 한 그릇의 물을 떠서 마시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매는 또다시 날쌔게 그릇을 뒤집어엎었습니다. 왕은 더 참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분노에 차서 허리에 찼던 칼을 뽑아서 매를 쳤습니다. 매는 피를 흘리며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매는 머리를 치켜들어 “나무 위를 보라”는 듯이 눈을 나무 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왕은 나무 위를 보았습니다. 나무 위에는 큰 뱀 한 마리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 물은 말할 것도 없이 뱀의 독이 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왕은, “나를 독살에서 구해 주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너를 죽이다니, 나를 용서해 다오.”하고 한숨지었습니다. 매는 왕의 손바닥 위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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