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인간승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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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7대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1913∼1994)이 죽었을 때 미국인들은 그를 가리켜 패배를 패배시킨 사람이라고 말했다.지난 74년 닉슨이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을 때만 해도 그는 역사와 민주주의의 죄인처럼 낙인찍혀 있었다. 그러나 1년전 그가 서거했을 때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국가적 자산을 잃었다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오늘날 그는 미국의 또 한 사람의 건설자로서 명예로운 이름을 미국인들 가슴가슴에 남기게 되었다. 그는 패배를 패배시켰던 것이다.잘못된 과거를 자신의 현재 속에서 씻어내고 다시금 떳떳한 미래를 확실하게 되찾았던 닉슨은 진정한 인간승리자였다. 적어도 미국은 한 시대에 그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이 미국의 건강함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 그 누가 전직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씨와 노태우씨를 국가적 자산이라고 생각할까. 그들을 대한민국의 명예로운 건설자의 한 사람으로 기억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과연 그들은 남은 생애동안 자신들이 결과한 패배를다시 패배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훗날 그들의 죽음앞에서 국민들이 진정한 애도를 표할 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 것 같다. 역사가 그렇게 만만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국민들이 퇴임후의 대통령을 국가적 자산이라고 공감할 수 있을 때, 국민들이 퇴임한 대통령을 명예로운 국가건설자의 한 사람이라고 마음깊이 존경할 수 있을 때,그리고 무엇보다도 퇴임한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진정으로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그의 빈자리를 허전해 할 수 있을 때 그 나라는 건강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정진홍 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새필진] △徐義澤(부산대도시공학과교수) △孫鍾業(문학평론가) △鄭鎭弘(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교수) △韓卿信(영등포여고교사) △黃基源(서울대환경대학원교수)발 행 일: 9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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