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그네가 인적이 끊긴 황야를 걷다가 혼자 사는 여인을 만났다. 낯선사나이를 보자 마자 고개를 수그린 그녀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나그네가 물었다. 그녀는 "진실의 여신입니다"고 대답했다.나그네는 "왜 마을을 버리고 이런데 외롭게 살고 있습니까"고물었다. "예전에는 별로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곳에서만 허위를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허위가 모든 사람이 사는 곳에도사려 앉아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듣는 것, 말하는 것 모두 거짓 투성이가 되어 버렸답니다." 진실은 허위에 맞설 만큼 강하지 못하다.따라서 진실은 언제나 허위를 피해 다닐 수밖에 없다. 진실은 아름답다. 그러나 거짓은 더 아름다워 보인다. 진실은 쓰다. 그러나 거짓말은 달콤하다.대중은 따분하고 싱거운 진실보다 멋진 거짓말을 더 좋아한다. 대중은 또 진실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으면 전부가 진실인 것처럼 여기기 쉽다. 그러나 진실의 절반은 진실이 못된다. 허위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반쪽짜리 진실이다.가장 대중이 걸려들기 쉬운 것은 틀림없어 보이는 [사실]들이 허위를 감싸고 있을 때다. 영어에는 [있는 그대로의 숨김없는 진실](nakedtruth)이라는 표현이 있다. 아득한 옛날 진실과 허위가 함께 냇물에서 벌거벗고 미역 감았다. 목욕을 먼저 끝낸 허위는 슬쩍진실의 옷을 입었다. 나중에 물에서 나온 진실은 허위가 입던 옷을입기가 싫어서 그냥 벌거벗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허위는진실인체 가장하고 다녔다. 그때부터 진실은 숨어 다닐 수 밖에 없었다.노벨상을 받은 생화학자 다니엘 보벳박사가 언젠가 자기연구실에서 한 생쥐가 다른 생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엿들었다고 발표했다. {나는 저 연구실조수를 잘 길들여서 내가 미로속을 한바퀴 돌때마다 먹이를 주게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는 얼마든지 사실을 잘못해석할 수도 있다.진실과 사실과는 다르다. 둘은 형제지간이 아니다. 이웃사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중들은 당장에 눈에 보이는 사실만 보고 만족한다. 그 뒤에 숨은 진실에 대해서는 애써 눈 감으려 든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것만을 믿기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