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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력과 의지력이 왕성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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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베케트의 단편소설 중에 ‘옷궤’라는 것이 있다. 고풍의 낡은 옷궤가 있는데 장식에 녹이 슬었으니, 인테리어에 조화가 안 되느니, 시대에 뒤떨어졌다느니 하면서 갖은 수모를 당해가며 이방 저방 쫓겨 다니다가 드디어 작업대로 사용되어 상처입고 페인트칠 디딤으로 얼룩진 몰골이 되고 만다. 끝내는 외딴 창고에 버려져 비 오는 날 흠뻑 젖어버려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고 만다. 오늘을 살고 있는 노인이면 이 ‘옷궤’에서 절감되는 뭣이 있을 것이다. 늙으면 기력도 약해지고 기억력도 아리아리해지며 고집만 기승을 부리게 된다. 그래서 옷궤처럼 소외당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심리학자 J.W. 스틸이 연구한 것을 보면 노인들이 반드시 ‘옷궤’로 남는 것이 아닌 듯싶다. 기억력의 절정은 10~23세요, 상상력의 절정은 20~30세요, 창조력의 절정은 30~55세요, 판단력의 절정은 45~80세이다. 체력의 절정은 18~28세요, 정력의 절정은 25~35세, 기력의 절정은 33~43세, 인력의 절정은 38~48세, 지력의 절정은 40~70세로 측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물이나 사리를 판단하고 뜻을 세우는 일은 70~80세까지 왕성하다는 것이 된다. 미국 최고재판소의 판사들이 80고령이 많고 또 드골, 레이건 등 각종 역대수뇌로서 80세에 가까운 지도자가 많음도 바로 이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삼국시대부터 우리나라의 정년은 치사라 하여 70세였던 것도 바로 이 판단력과 의지력에 쓸모를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라 때 최치원이며 고려 때 김부식, 조선조의 하륜 같은 이도 70세에 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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