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까막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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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수메르인의 신전에는 빵굽는 사람 18명, 술빚는 사람 31명, 노예 7명,대장장이 1명이 있었다. 진흙판에 남긴 기록이다. 이보다 앞서 만들어진 진흙판에는 곡식의 포대와 가축숫자가 새겨져 있다. 문자는 이렇게 시작됐다. 기원전 3,000년께 메소포타미아가 그 고향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설형문자는1,500개쯤 된다. 메소포타미아 일대에 설형문자가 퍼져나가고 있을 때 옛 이집트에서는 상형문자를 썼다. 이 또한 5,000개쯤 확인돼 있다.글을 안다는 것 그 자체가 권위요, 특권의 상징이기는 메소포타미아와 마찬가지였다. 이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이집트속담이 있다. '남자아이의 귀는등에 달려 있다. 등을 때리면 말을 잘 듣는다'. 체벌이야말로 가장 효과가 큰교육수단이라고 믿었다는 이야기다. 디스커버리총서에 소개된 내용들이다. 때문에 필경사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임금이 글과 셈을 배우려하지 않을 때에는 필경사계급은 더욱 큰 힘을 휘둘렀다.이런 역사를 지닌 이집트이건만 문맹률은 무려 52%나 된다. 여성은 이보다 훨씬 더 높아 70%가 넘는다. 무바라크대통령이 21세기가 오기전에 문맹자를 없애겠다고 벼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올해 책정한 특별예산만도 1억7천6백만 달러다. 문맹을 국가안보 차원의 폐해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문맹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는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중학교1학년짜리의 9%가글을 읽지 못하는 프랑스가 일례다. 셈을 못하는 아이들은 23·5%에 이른다.문맹은 우리에게도 강건너 불은 아니다. 서울시내 중학생가운데 3,099명이한글 까막눈이다. 4,527명은 두자릿수 덧셈 뺄셈도 못한다. 전국을 통틀어 우리의 문맹률은 10%에 못 미친다. 선진국들도 이쯤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마음놓아도 되는 일인가.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고 외치던 때가 불과얼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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