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보았습니다
본문
학식과 덕망을 겸비한 큰 세도가(勢道家)가 죽자, 스승은 제자들을 데리고 장례식에 가게 되었다.뒤따라가던 제자 하나가 여쭈었다."선생님, 죽은 자는 죽은 자에게 맡기고 나를 따라라 하시더니, 오늘은 무슨 까닭에 그런 자리에 가시는 겁니까"스승은 대답이 없었다.그후 상가에서 돌아온 스승은 제자들에게 무엇을 보았는가 하고 물었다."세상에 그렇게 많은 문상객이 몰린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학식과 덕망의 위대한 힘을 보았습니다.""저는 권력의 힘을 보았습니다. 권력 때문에 그토록 많은 이들이 몰렸겠지요.""황금 빛 관과 몰약의 향기는 커다란 위로가 되더군요.""장례식 절차가 그토록 장중하고 경건한 것이 얼마나값진 것인지를 보았습니다."스승의 얼굴 표정이 굳어졌습니다.그런데 침묵에 잠겼던 한 제자의 말에, 스승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일어섰다."저는 단 한 가지, '죽음'을 보았습니다. 저의 죽음과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의 죽음을…."사람은 누구나 한 개의 심장을 지닌 한 개의 목·숨일 뿐이다. 심장이 멎고 숨기 끊길 목숨이다.인간은 인간이며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다.흙이 흙으로 돌아가기 전 자기를 지은 창조주를 기억하며 겸비(謙卑)함에 이르는 것이 영원한 진실, 생명의 길.《기독교 사상 1994년 8월호에서》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