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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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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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님과 퍽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혹은 뭘 청하기도 하고, 혹은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혹은 챤양하기도 하고, 혹은 감사드리기도 하고.. 그러나 늘 나에게는 이런 찜찜한 느낌이 있었다.내가 그분의 눈을 들여다보기를 그분이 바라고 계시다는.. 그리고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나는 곧잘 말씀을 여쭙곤 하면서도 그분이 날 바라보고 계시다고 느껴지면 그만 그 눈길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었다. 언제나 나는 그 눈길을 멀리했다.그리고 그 까닭을 알고 있었다. 두려웠던 것이다. 그 눈길 속에서 뭔가 뉘우치지 아니한 죄에 대한 나무람을 보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떤 요구가 있으리라고, 뭔가 나에게 원하시는 바가 있으리라고 은근히 염려하고 있었던 것이다.어느 날, 나는 기어이 용기를 내어 마음을 가다듬고 주님을 바라보았다.그런데 아무 책망도 없었다. 아무 요구도 없었다.그 눈은 그저“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나는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 살피듯 바라보았다. 그래도 역시 그 눈길이 전해주는 말씀은 한마디뿐이었다.“나는 너를 사랑한다.”그리고 나는 나와서 울었다. 닭 울기 전 주님을 세번 부인하고 나와서 울었던 베드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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