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작은 기적

본문

중학교 3학년인 큰아이는 아침잠이 많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 아이는 자명종을 바로 귀옆에 붙여놓아도 끄덕하지 않고 계속 잘 만큼 잠꾸러기다. 그래서 나는 그 녀석을 아침에 일찍 깨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새벽여섯시가 되기 전에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깨울 수 있게 됐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난 데는 사연이 있다. 동네의 공원에 농구대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에 같이 농구를 하자고 큰아이와 약속을 했었다. 다음날 과연 이 녀석이 일어날 수 있을까 미심쩍어하면서 깨웠는데 웬걸 금방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도 운동을 하고 부자간에 대화도 제법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이 작은 기적을 보면서 『불가능이 없는』 말에 조건부로 동의하게 됐다. 사람은 자기가 가치를 두기만 하면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고 더 가치있는 일을 만나면 그동안 중요했던 것들을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 우리 아이에게 지금까지는 아침잠이 중요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농구가 생겼기에 아침잠을 포기하고 일찍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적은 우리들 생활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술 안마시고는 못배기던 친구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더니 딱 끊어버렸다.

내 딴에는 부담을 주지 않을 양으로 굳이 술을 끊을 필요는 없다고 했더니 그 친구 말인즉 『예수님 믿는 기념으로 끊었다』는 것이다. 신앙을 갖는 일의 가치를 발견하고 나니까 술을 끊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게 된 것이다. 신자가 술을 마시면 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는 접어놓더라도 더 가치있는 것을 위해 덜 가치있는 것을 포기하는 일은 정말 멋있다.

옛날에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순교했던 사람이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생명을 바쳤던 사람들도 가만히 살펴보면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그들에게는 생명보다 신앙이, 자기의 한 목숨보다 조국의 독립이 더 가치있었던 것이다. 가치관만 변하면 기적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1534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