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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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등교길의 넘치는 활기는 지난 2월의 등교길과는 판이하다. 가방을 야부지게 끼고 학교를 향해 성킁성큼 걸어가는 어린이들과 엄마손을 잡고 학교로 향하는 신입생들의 얼굴을 보며 새봄의 풋내가 온 동네에 감도는 것을 느낀다.내가 국민학교 육학년되던 이맘때 일이었다. 담임선생님께서 {여러분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은 누구입니까 한 사람씩 이야기 해 봅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친구들은 저마다 세계 위인전에 나온인물들 중 한사람의 이름을 저마다 대기 시작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저는 우리 아버지를 제일 존경합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얼굴이 빨개진 나를 향하여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일도야, 네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란다.}그때 선생님의 훈화말씀이 지금도 쟁쟁한데 세월이 흘러흘러 오늘은 내가 국민학교 6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됐다. 도시빈민선교를 한답시고 교회일치운동을 한답시고 동분서주하다가 돌아와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쑥쑥 자라있던 아들녀석.청량리 오팔팔에 최초의 공동체 나눔의집이 세워질 때 홍등가를 난생 처음 지나면서 {아빠 여기는 왠 정육점이 이렇게 많아요}라고 묻던 코흘리개가 이제 국민학교 최고 학년이 된 것이다.이렇게 늠름하게 자라난 것은 오직 주님의 은혜라, 그저 대견하다 못해서 신기한 생각조차 들었다. 그래서 무언가 아비답게 한마디 해 줄 양으로 아들을 불러 앉혀 놓고는 말을 시작했다.{얘야, 산아! 사람들은 각자 존경하는 인물을 찾아서 그분을 본받으며 자라는 것이 좋단다.옛날부터 훌륭한 사람들은 거의 다 어린시절에 그런 사람들을 찾았단다. 너는 혹시 누굴 존경하며 살고 있냐}그러자 아들은 나를 자신있게 쳐다보며 말했다.{물론 있죠.} {누군데} {아빠예요.}나는 깜짝 놀랐다. 뜻밖의 말이었다.{뭐라고} {왜요, 아빠! 나는 정말 아빠를 존경해요. 아빠가 착하게 바르게 살아가시려고 얼마나 애쓰세요 나도 그렇게 아빠처럼 살거예요.}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야 돌아와 잠든 아들의 얼굴을 간신히 쓸어보고 잠이 들곤 하던 내가 아닌가 가족 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가고 무슨 기념일조차도 선물하나 사주지도 못했던 내가 아닌가 그런데 아들이 그런 말을 할 줄이야…. 나는 간신히 [낙제아빠]는 면했으면 했었는데....나는 시큰 타 콧등을 문지르면 내가 부재중에도 이 아들을 이처럼 길러주신 하나님께 두손 모아 감사드렸다.최일도<목사, 다일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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