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믿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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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준이 평양 숭인상업학교 교목으로 재직할 때이다.그는 일제에게 신사참배 강요를 받은 것을 로마황제 때 예배를 강요당하며 순교당했던 초대교회의 상황과 비슷하게 생각하였다.그래서 믿음의 절개를 지키다 순교한 사람들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하여 <순교자 열전>(The Story ofSaints)을 번역하기 시작하였다.그가 민족의식을 고취시킨다는 경고를 받고 숭인상업학교에서 퇴진하여 간도 용정의 은진학교 교목으로 부임하였을 때 마침내 그는 그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간도의 일본 영사관은 비교적 신사적이라고생각하여 순진한 그쪽에 출판을 부탁했다.그는 자신의 원고와 출판 신청서를 써 가지고 갔다.담당자는 원고를 읽어보아야 하니 두고 가라고 했다.그리고 허가가 되든 안되든 원고는 돌려 준다고 했다.김재준이 그로부터 한 달 후쯤 들러보니 원고는 붉은 줄 투성이었다.담당관은 "너무 잔인한 기록이어서 민심을 자극하여 신사참배 반대소동이 야기될 우려도 있으니 출판은 중지하는 게 좋겟소"라고 말했다.김재준은 그렇다면 원고나 돌려 달라고 했다. 담당관은 좀 더 의논할 것이 있으니 그대로 두고 다시 들르라고 했다. 김재준이 다시 한달 후에 들렀을 때 담당관은 시치미를 뗐다."원고도 압수하기로 결재가 났소!"결국 김재준은 적을 믿었다가 출판은커녕 원고까지 떼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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