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에서 일어난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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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오가기 위해 늘 열차를 이용하는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열차를 타고 집에 가려고 역으로 향했다. 전날보다 기온이 몹시 떨어져 매우 추운 겨울 저녁이었다.열차 출발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추운데서 떨지 않으려고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쪽을 보니 남루한 모습으로 50대 후반쯤 되는 4명의 남자들이 술에 취해 비정상적으로 떠들고 몸가짐도 형편없었다. 그 중 한 명이 일어서더니만 한 사람 앞에 서서 손을 내미는 것을 보았다. 돈을 달라는 뜻이었다.물론 그 사람은 어이없다는 뜻으로 쳐다보더니 그냥 대합실을 나가버렸다. 나도 무심코 멀찌감치서 쳐다보고만 있었다.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많은 사람 중에서 하필이면 나 한테그 사람이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내앞에 서더니만 똑같이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나는 별 수 없이 그 순간 그이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하였다.{참으로 한심한 인생이구만. 막노동이라도 하면 될텐데. 저렇게 멀쩡한 몸으로 거지같이 행세하고 있다니….}열차 출발 시간도 다가오고 그 사람도 피하고 싶어 자리에서 그냥 유유히 일어나 버렸다.그 순간이었다. 40대쯤 되는 어떤 아저씨가 역내에서 파는 따끈따끈한 호도과자를 한봉지 사들고 와서는 그 사람에게 {드시라}고 친절하게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순간 내 얼굴은 산산히 조각나는 느낌이었다. 열차에 올라 타려고 걸어가는 내 머리속에는 온갖 비난과 멸시의 소리로 꽉차 버렸다.[너의 수준이 고작 그 까지것 밖에 안되냐 그러면서 무슨 글을 쓴다고 하고 있냐 집어쳐라 집어쳐. 이웃에 대해 그렇게도 인심이 차가우면서 성도들한테만 얼굴에 미소를 던지면 다냐 너는 아직 멀었어. 아무나 베푸는 것이 아냐.]사실 그 아저씨가 사온 호도과자는 천원어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건네주는 그 순간 나에게 비쳤던 값어치는 수십배, 수백배, 아니 훨씬 그 이상이었다. 솔직히 예수 믿고 큰소리 치는 나로서는 쇼크가 아닐 수 없었다.대합실에서 빠져나온 나는 멀찌감치에서 유리창 너머 대합실 안을 잠시동안 멍히 바라보면서 [왜 나는 저런 생각을 하지 못하였을까 아! 나도 할 수 있었을텐데... 한심하구나.] 생각했다.그러나 이미 기회는 지나갔다.열차를 기다리며 기도하였다. [주님! 용서를 구합니다. 저의 인색함을 진심으로 회개합니다. 한번의 실수로 끝나게 해주십시요.]나라고 별 모 사람이 아니었다는 확실한 증명의 시간이었다.평상시 정결함과 경건함을 갖고 살려고 애썼다는 교만스러운 고질적 모습이 파괴되면서 평상시 간직하는 성경구절이 답답한 마음으로 가슴속에 진하게 새겨졌다.{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란 중에 돌아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이것이니라.}(야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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