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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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명한재미있는 연극 한편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재기 번득이는 오태석이 쓰고 연출한 [천년의 수인]이 그 작품인데, 현대사를 이렇게풀 수도 있구나 하는 흥미를 안겨준다.수인이란 단어의 한자 구조를 보면 갇힌 사람과 갇히지 않은 사람이 나란히 서있다. 작가는 안두희, 비전향 장기수, 광주학살진압군 병사를 수인으로 내세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책임지지 않는 역사가 되풀이 될 때 재수없게 코가 꿴 피해자가 우리중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주제다.그런 피해자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여학생을 쏜 혐의로 구속된병사다. 그는 상급자의 명령으로 발포했을 뿐인데, 헌병은 그 상급자가 누구냐고 다그친다. 대답은 소대장-중대장-대대장-연대장-사단장-계엄사령관-국방장관-대통령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위}계속 윽박지르자 병사는 {없다}고 답한다.헌병은 말한다. {대통령 위에 국민이 있다. 그러면 국민이 국민을 쏘라고 했나} 병사는 주저앉고 만다. 관객들은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역사, 특히현대사를 재조명하는 것은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극에서 극으로옮겨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연극은 극명하게 보여준다.그간 우리는 현대사를 너무 단순논리로 다뤄온 감이 없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 세우기]가 달라져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제는 가변적인 역사해석보다 이 연극처럼 역사 이면을읽어내는 신선한 시선이 먹히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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