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결혼식 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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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 부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목회하다가 은퇴한 이경석 목사의 젊은 시절 이야기이다. 일제 말엽 이경석은 지금의 서울 수색역 철도공사장 감독관으로있었다. 그곳에는 개척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이경석은 그 교회에 출석한지 얼마안 되었다. 주일마다 서울에서 모 장로가 와서 낮예배를 인도하고 돌아갔다. 이교회의 집사 한 사람이 부모를 모시고 살다가 상처를 하였다. 가까운 지역의 어느 처녀와 혼담이 있어서 결혼이 결정되었다. 주례는 장로가 하도록 하였다.결혼식 날이 되어 신식 결혼식을 구경한다고 동네 사람들이 모두 교회로 몰려와 좁은 예배당이 가득하였다. 결혼식 시간이 다가오고 기차가 도착했지만 주례할 장로가 나타나지 않았다. 철도역 전화로 연락을 했더니 장로는 결혼식 보다 더 급한 일이 생겨서 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신랑은 급히 이경석 감독관에게 찾아와 애원하였다. "선생님, 주례 좀 해 주시오." "나는 주례할 줄 모릅니다." "그래도 이 형편에 주례할 사람이 선생님 밖에 없습니다. 날 좀 살려 주세요." 결국 이경석은 끌리다시피 교회로 가야 했다. 초여름인데 겨울 양복을 입고 성경 찬송을 들고 급히 갔다. 가면서 이경석은 신랑에게 물었다. "성경 좀잘 아는 사람있소" "저는 글씨를 모르고 할머니 한 분이 있습니다. 성경 잘 알아요." "그럼, 그 할머니 먼저 만납시다." 할머니에게 결혼에 관계된 성경구절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에베소서 5장인가, 6장인가' 했다.시간이 되어 이경석은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가득하였는데 주로 갓 쓴 사람들이 더 많았다. "목사가 저리 생겼나" 누군가 말했다. "우리하고 똑 같네." 그 옆에서 누군가 또 말했다. 이경석은 강단 앞에 서서 결혼식을 진행하였다. "신랑이 먼저 들어오고, 신부는 뒤에 들어 오시오." 앞에 앉았던 노인 한분이 소리쳤다. "목사, 잘한다!" 신랑 신부를 앞에 세워두고 찬송 411장을 불렀다. 아는 찬송이라고는 그것 뿐이었다. 찬송을 부른다음 성경을 읽게 되었다. 에베소서 5장을 처음부터 무조건 읽었다.처음에는 결혼과는 상관없는 말씀이었으나 자꾸 읽어가다보니 22절에 '아내들이어...'가 나왔다. 33절까지 다 읽었다. "선물 줄것 있나" 신랑이 백금반지를 내어 놓았다. "신부에게 끼워 주어라." 신랑이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 주니 이경석이 말했다. "신랑 신부, 너희들 잘 살아라! 이상 끝!" 성경 찬송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오니 이런 소리가 들렸다. "이야. 신식 결혼식은 저리하나 간단해서 좋다. 결혼식 하기 문제없네." 이경석은 밖으로 나와 도망치듯 뛰었다.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사무실로 돌아오니 직원들이 말했다. "결혼식 떡 좀 갖고 왔습니까" "떡이고 나발이고 죽을 뻔했다. 신식 결혼식을 구경도 못한 사람이 주례를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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