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타이틀
본문
TV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제목이나 원작자나 연출(감독)자의 이름 등이 자막으로 처리되어 나오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것을 '타이틀(title)'이라 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보여주는 것을 '오프닝 타이틀(openingtitle)', 마치고 나서 보여주는 것은 '엔드 타이틀(end title)'이라고 하지요.한 번은 드라마를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프닝 타이틀'에 나오는 여러 이름들, 그 이름들이 빛이 나고 있다는 생각. 작가와 감독자, 그리고 이름난 스타 탤런트 그들의 이름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커다랗게 나옵니다. 드라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그들의 이름은 빛나는듯합니다. 그들이 없으면 아마 그 드라마는 있을 수 없을, 참으로 중요하고필요한 사람들의 이름임이 분명합니다. 그러하기에 그들의 이름이 크게 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습니다.사람들은 드라마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그들의 이름을 익히게 되고, 그이름들은 금새 유명해 집니다. 그러나 빛이 나는 그들의 이름을 뒤로 그냥묻혀서 지나가는 빛 바랜 이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 가요 드라마가끝이 나면 볼 것을 다 보았다는 듯이 성급하게 채널을 돌려버리거나, 일어서 버림으로 인해 결코 기억될 수 없을 낯선 이름들. '엔드 타이틀'에는 그드라마를 만드는데 참여했던 또 다른 이름들이 나옵니다. 조명 누구누구,의상, 조연출, 촬영보, 미술, 음향효과 주로 보조적인 위치에서 섬겼던사람들의 이름입니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이름은 그렇게 중요하거나 관심 있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그 이름들을 기억하거나 관심 있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그 이름들을 기억하거나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거의 없거든요. 그러나 이들이 없다면 드라마는 가능할까요 조명판을 들고, 카메라를 잡아 주며, 배우들의 대본을 복사해 주는 것. 그리고분장, 소품 등을 준비하는 것, 그러한 잡다하고 덜 중요해 보이는 일들을감당하는 많은 사람들. 그들이 없다면 드라마는 가능할까요 사람들이 기억해 주지 못하는 부분에서 섬기는 사람들이 있기에 드라마는 재미있어지고인기가 있어지는 것입니다. 이름 없이 숨어서 수고하는 사람들 때문에 스타들이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엔드 타이틀' 때문에 '오프닝 타이틀'이 빛이 나는 셈입니다.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알돌'지도. 눈에 보이지 않는 낯선 이름들로 인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책이지요. 인턴으로 처음 받은 봉급을 봉투 째로건네주시던 형제, 그것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았을 텐데, 첫 열매는 하나님의 것이라면서 저번 호에 자신의 이름이 실렸다고 어쩔 줄 모라 하시며제발 이름이 나타나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하시던 집사님, 자신의 이름을드러내지 않고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고마운 마음. 그 집사님을생각하면, 언젠가 주보에 실리는 헌금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빠졌다고 교회 사무실을 시끄럽게 만들던 어떤 분이 묘하게 오버랩 되어 그냥 빙그레웃고 맙니다. 그뿐입니까 정성껏 만화를 그려 주는 형제, 값진 사진을 선뜻 찍어 주시면서도 프로필에는 '모 교회 집사'라고만 실어 달라시던 중견작가 선생님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한빛 바랜 이름들 때문인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세워 주고 의미있게 해주는 역할, 이 역할을 사람들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조연보다는 주연을 더 좋아하게 됩니다. 그러나 성경의 인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길을 예비하셨던 세례 요한은 결정적으로 인기를 얻을 기회에서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에게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는 제자들의 보고를 듣고도 세례요한은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합니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3:30)" 조용히 물러서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다른 이들을 세워 주는 일을기뻐하는 사람들이 우리 가운데 필요합니다. 똑똑하고 말 잘하는 사람보다,남들보다 눈이 밝아서 문제를 더 빨리 보는 사람보다 빛 없이, 이름 없이섬기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오프닝 타이틀'에 등장하는 스타보다 '엔드타이틀'에 나올 묵묵한 이름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엔드 타이틀'에서자주 만납시다!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막 10:45)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