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가장 중요한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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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패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된 공로를 교육의 힘으로 돌리는데 인색하지 않는다. 그들이 메이지(명치)시대 이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서구화하면서 데라고야식 구 교육에서 학교교육식 신교육으로 전환하였는데도, 이른바 화혼양재론에서 보듯, 전통적 문화와 서구의 과학기술을 결합시키고자 노력하였다.그러면 일본의 정신적 전통문화란 무엇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구 동양문화, 즉 중국과 한국에서 수입한유교 도덕문화 그것인 것이다. 그들의 개화유신기 교육에는 주로 독일모델을 수입하고, 패전 후에는 미국 모델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일본인 고유의 도덕교육과 기본습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저변의 흐름은 교육의 장인 가정 학교 사회 모든 곳에 일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교육을 받음으로써 얻어지는 학문과 기술의 고도화도 중요하지만, 공동선을 추구하면서 개인간의 조화로운 문화생활을 실현해야할 교육의 역할면에서 볼때, 우리는 이웃 일본의 성공사례들에 눈돌려 볼 필요성이 있지않을까 한다.일본의 가정은 어머니가 지도하는 자녀 교실이다. 일본의 어머니는 거의공통적인 덕목을 중심으로 자기 아이에게 기본 습관(시쓰케 교육)을 주입하고 순치시킨다. 그것은 정직하라, 약속을 지키라, 근면하라는 세가지 기본 덕목이다. 일본의 시쓰케교육의 내용은 기초적 생활예절습관교육으로서이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즉 인사 잘하기, 친절하기, 자기일은 스스로 하기, 차례지키기, 양보하기, 줄서기, 신발 가지런히 놓기, 트림 참기, 남의 말을 자세히 듣기, 열심히 일하기, 남도와주기 등으로 이는반복교육이 되풀이된다. 심지어는 귤껍질 벗기는 순서와 마무리하는 방법,식사예절과 그릇의 뚜껑덮기까지 어김없이 몸에 익힌다. 숙녀교육은 더 엄격하게 이루어진다. 우리들 가정에서 싸움에는 수단가리지 말고 이기고 오라든지, 남자는 간혹 거짓말도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준 부모가 없었는가묻고 싶다. 부끄러운 일이다.더구나 일본인들은 공동생활을 중요시한다. 그들이 자란 마을, 출신도,학급,학교,직장 등에 조화로운 협동자가 되도록 기른다. 남이 싫어하는 말안하기, 남이 귀찮아하는 행동 안하기, 폐 안끼치기, 상대방의 입장에서이해해 주기 등이 그것이다. 지나가다가도 옷깃만 닿아도 또는 스친 바람만 일으켜도, 허리를 굽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온다. 몸을 건드리고 박차고 지나가면서도 도리어 흘겨보는 우리들을가리켜 외국인여행자들은 [이상한 사람들], [이상한 나라]라고 쓴 여행소감을 본 일은 없었는가.교사가 지도하는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어머니의 가정교육 내용과 꼭 같은 인성교육이 반복된다. 그중에서도 질서교육이 가장 강조된다. 부모와연장자에게 대한 존중, 스승이나 선배에 대한 존경, 소속단체의 장에 대한승복 등이 몸에 배도록 지도되고 특히 법질서 교육은 철저하게 이행된다.일본의 교사들은 자기 직업에 대한 긍지와 아동들에 대한 헌신적 교육애,그리고 자기 지식에 대한 자신감에 충만되어 있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천직의식은 일본교육자의 오랜 전통에서 나왔지만, 사회적 예우와 공부하는교사상의 실현에서 유래되는데, [나는 일본 교사다]라는 자긍심 높은 교사상이 일본 교육의 강점으로 생각된다.필자가 보기로는 일본인 교사 중에는 마치 교사가 되기 위하여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보였고, 치밀하고 부지런하면서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공통된 교사상으로 보였다.일본 교사들은 교육개혁이라는 구호 아래 정부가 맡은 교육제도 개편보다는, 교실현장의 연구 개선, 즉 수업의 질을 높이고 좋은 인간을 만드는것이 그들의 관심의 초점이다. 일본 총리가 교육개혁을 외치고 애국심의앙양을 역설하는 신문보도를 본 어느 교수가 [이게 뭐야, 그런건 우리들교육자가 다 하고 있는데 우리 일을 정치가가 왜 그래]라고 격분하는 쓰쿠바 대학 어느 교수의 인상이 아직도 필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일본 교육자들의 사명감과 역할 의식은 높은 수준에 있다. 이것이 그 나라발전의 버팀목인 것이다.이와 같이 일본 소년 소녀들은 자기 삶의 기준과 규범을 자기의 소속 집단과의 관계에서 찾도록 철저하게 교육되고 있다. 그들이 자라서 외지에서일하더라도 때가 되면 출신마을의 축제에 참가하고, 동창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임무를 잊지 않으며, 한번 직장을 얻으면 철새 사원이 아닌 평생 직장으로 삼을 뿐 아니라, 윗 사람을 술자리에서도 헐뜯는 일이 없으며, 그런 사람은 위험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술 친구도 떨어져나가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직장을 옮기면 전력조회나 전직사장의 동의서를 받아야하는데, 이를 못받아 실직자가 되고 마는 것이 일본사회의 현실이다. 이와같은 의리를 핵으로 하는 공동체 의식이 국가수준에까지 이어져 하나의 커다란 국민적 정서로 굳어진 것이다.얼마전 일본 중학생이 한국 여행 도중 한국인 가정에 민박하고 돌아가서쓴 글 속에 나타난 [한국 아이들은 부모 말을 듣지 않는다. 참으로 이상하다]는 말은 일본 가정과 한국 가정의 실상뿐 아니라 두 나라의 사회질서를규정짓는 표현이 아닐는지 길 가다가 아이가 넘어져 울면 미국 어머니는스스로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일본 어머니는 일어나라고 격려한다. 그러나한국 어머니는 [아이구 내새끼] 하면서 덥석 안아 일으켜 준다. 이러한 한국 어머니의 맹목적 사랑의 결과가 자주적 민주시민의 기본질서 형성으로이어질 것인지 의문시된다.일본 어머니는 교사이며, 일본교사는 부모를 겸하고 있어, 각각 그 지도시기와 지도장소가 다를뿐, 꼭같은 덕목으로 기본적 기초 생활습관을 체득시킨 결과, 이것이 직장과 사회에 공통된 사회적 관습으로 정착되어 일본전체를 신용사회, 의리사회로 만들고, 나아가 수준높은 문화국가로 진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와 문화적배경이 유사한 일본의 교육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실로 크다는 생각이 든다. <대진대학교총장 /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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