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와 어머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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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막 사온 양파중에 유난히 모양이 예쁘고 싹이 조금 오른 양파가 눈에 띄었다.키워 볼 욕심으로 예쁜 우리컵에 물을 붓고 뿌리를 내려 냉장고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몇일이 지났을까. 청소를 하려던 어느 일요일 아침,키가 이만큼 자란 연녹색 고운 양파싹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양파는 무심한 주인을 탓하지 않고 열심히 자랐는가 보다. 점심에 잠자찌게를 끓이는데 파대신으로 곱게 잘라 넣었다.양파는 쑥쑥자라서 몇번을 더 매정한 주인에게 어린싹을 잘리었던가!잎을 자르던 어느날 양파를 살펴보니 양파의 몸뚱이는 예전의 예쁜 양파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린 싹을 세상밖으로 내보내면서 제 몸뚱이를 밑천으로 점점 썩어 허물어져 가고 있음을 보았을 때 나는 생명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말았다.그것은 마치 내 어머니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어머니의 몸을 통해서 예쁜 아기들이 세상구경을 할때 어머니는 새생명을 위하여 혼신의 힘으로 고통을 인내한다. 그런 동안 당신의 몸은 저 양파처럼 허물어져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리라.희끗희끗 센 머리칼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주름살, 상한 치아와 굵은 손마디. 어느 한 곳 성한데 없는 육신에 나도 크게 한몫 했음을 생각하니가슴이 아팠다.잠시라도 시원하시라고 팔다리를 가만 주물러 드렸다. 어머니의 손을 살그머니 잡아보니 양파의 여린 새싹처럼 뽀오얀 내 손이 죄송스럽다.가족을 위해 어머니의 온전한 삶을 사시지 못했던 어머니의 값진 희생이가족의 무사함과 건강을 지켰을 것이다. 어머니의 조건없는 희생은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없이는 가능치 못했으리라.어머니의 희생에 보답할 만큼 나는 값진 삶을 살고 있는가양파를 물 속에서 조심스럽게 건지면서 가만히 속삭여본다.'어머니도 이제는 어머니 삶을 사세요. 양파는 양파의 삶을 살아야 하듯이요.'<전정숙.청원군 오창면 각리 3구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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