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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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수척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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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때 6조(六曺)에서의 점심은 의례 오시(五時)부터 신시(申時)까지계속되기 마련이었다. 지금 시간으로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상을 물려 밥을먹는 지극히 비기능적인 식사 유형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판서, 참판 등당상관(堂上官)이 맨 처음 먹고 나면 그 상을 물려 정랑(正郞), 좌랑(佐郞) 등당하관(堂下官)이, 다시 그 상이 물려져 아전이, 아전이 물려 종들이 먹고보니그만한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이다.속칭 네 물림 상이라 불렸던 이같은 물림 유형을 계급 사회의 비인간적인차별 행위로만 봐서는 안된다. 한솥밥을 물려 가며 그 모두가 나눠 먹음으로써상하의 일심동체를 다지는 한국인의 공동체적 슬기가 식사 형식에 투영된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웃사람은 물림을 배려해서 오히려 종들만도 못먹기마련이며 벼슬아치를 송덕(頌德)하는 상투적 문구 중에 "양상수척"(讓床瘦瘠)이라 하여 "상물림으로 얼굴이 메말라 수척해지고..." 운운하는대목이 생기기까지 했다.공동체 의식은 이같이 우리 조상들에게 뿌리 깊이 심겨 있었으며, 나누어갖는 마음도 꽤나 깊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추석은 바로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구체적으로 표현되는 시기였다. 우리들에게도 이같은 양상수척의 마음이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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