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수난 시대
본문
숨은 양심을 찾아내는 한 TV프로에서 양심가게로 뽑힌 상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이 사회에서 양심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이 프로는 미성년자들에게 술 담배를 팔지 않거나 성인용 비디오 테이프를 대여하지 않는 상점을 양심가게로 선정,냉장고 한 대씩을 주고 있다. 이렇게 양심가게로 선정된 상점들이 청소년들의 협박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심지어는 이들 청소년의 부모들까지 나서 '잘 먹고 잘 살아라'라며 행패를 부린다고 한다.이 사회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양심을 지키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심불량자들이 큰소리 치는 이 사회가 올바른 사회인가.자식이 부모를 내다버리고,가족간에 폭력과 살인이 빈발하는 오늘의 세태를 모두가 개탄한다.그러면서도 이러한 사태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모두가 사회 탓으로 돌린다.양심가게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숨은 양심을 찾는 이런 프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양심이 실종된 오늘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쌀에서 돌을 골라내기보다 돌에서 쌀을 골라내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이 사회에는 그만큼 양심인들이 적다는 뜻이 아닌가.희귀성이 보석의 가치를 높이듯 이런 양심인들은 우리 모두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이 사회의 값진 보석이다.병든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묘약은 양심밖에 없다.'인간을 비추는 유일한 램프는 이성이며,생의 어두운 길을 인도하는 유일한 지팡이는 양심이다'.시인 하이네의 말이다.오늘날 정치판이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극도의 혼미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양심의 지팡이를 상실했기 때문이다.모두가 俯仰無愧(하늘을 우러러보나 땅을 굽어보나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음)할 때 병든 이 사회가 건강을 되찾게 될 것이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