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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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500년께 수메르 일반가정의 침실은 가장(家長) 전용이었다. 나머지 식구들은 집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잠자리를 마련했다. 집이 크건 작건, 식구가 많건 적건 침실은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가장의 독점물인 침실은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다. 요즘 세상에 이런 가정이 있을리도 없지만 가장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간다는 소리가 높다. 30대 신세대 남편들은 아내의 물음에 왜 그러느냐고 되묻지도 못할만큼 기가 죽어있다는게 일례다. 얼마전 한화유통의 설문조사 내용이 그랬다.신세대 남성의 93%는 아내의 일손돕기에 몸을 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집안일의 주종목이라 할 청소, 설거지, 식사준비, 빨래 따위를 나눠 맡는다. 이같은 신세대형 남편들은 미국과 캐나다에 가장 많다. 시각을 달리 하면 이들은 애처가다.한국남자들도 애처가형이라고 한다. 수입과 상관없이 집안일을 잘 돕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대학은 이 점이 일본남자들과 다른점이라고 평가한 일이 있다. 아랫목에 두다리 쭉뻗고 누워 잔 심부름을 시키던 옛날의 간큰 남자들은 사라져가고 있는 세상이다.우리나라 남자가운데 가사종사자로 분류된 사람이 대략 70만명이란 숫자가 나왔다. 달리 표현하면 놀고먹는 남자, 집보는 남자가 지난해보다 5만5천명이나 늘어났다.이 통계를 보면 30∼54세가 19만1천명, 55세이상이 38만명이나 된다. 조기퇴직의 여파도 있을 것이고 돈버는 아내의 덕을 보는 남자도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예부터 앞치마는 집안일을 하는 여자의 상징이었다. 남자가 쑥스러워하며 앞치마를 두르면 애처가라고 좋게 봐주기도 했다. 그러나 바깥일 제쳐놓고 애보는 남자가 되어 외조(外助)전문으로 나섰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남자 가사종사자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인구가 점차 늘어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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