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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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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남방 야스나야 파랴나는 톨스토이의 고향이다.그곳에서 별로 멀지않은 곳에 톨스토이의 가방비가 서있다.작은 한 소녀의 무덤 곁에 생나무 막대에 백합꽃이 새겨진 가방 하나가 걸려있기에 그렇게 불리고 있다.톨스토이가 고향에 내려와 있을때 하루 이틀 걸리는 시골길에서 기마여행을 즐겼다.그 여행에는 간단한 여행용품과 애독서를 넣고 다니는 백합꽃이 수놓인 가방을 허리에 차고 다니게 마련이었다. 언젠가 말에서 내려 쉬고있는데 예닐곱살 되는 소녀가 어머니 손을 잡고 가다 그 가방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었다. 엄마에게 칭얼대는 것을 보고 톨스토이는말했다.두 밤만 자면 이 가방이 필요없어지니 그때 이곳에서 주겠다는 약속으로 울음을 달랬다.약속대로 이틀후 빈 가방을 들고 그곳에 와보니 소녀는 없고 엄마만이 앞치마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소녀는 그사이 급병으로 죽어 장례를 치렀다며 가방을 갖고 돌아가라는 것이었다.이에 톨스토이는 말했다.{따님은 이 세상에 없더라도 약속을 한 내 마음은 이 세상에 이렇게 있습니다. 나의 마음을 배반할 수는 없습니다}하고선 소녀의 무덤을 찾아갔다. 그 곁에 생나무를 꺾어 꽂아놓고 약속했던 그 가방을걸어놓은채 돌아왔다.경건함과 포근함을 유발하는 약속지킴이 아닐수 없다.성서를 테스터먼트라 하는데 바로 약속의 책이라는 뜻이다. 성서는 신과 인간과의 약속을 적은 책이요 그것을 지키는 것이 믿음이다.미국은 대통령을 비롯 법정에 이르기까지 성서에 손을 얹고 선서를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데 미국에 믿음이 퇴조하여 약속을 지킴으로써 얻어지는 경건함과 포근함이 찢어진 깃발처럼 나풀거리고 있다고 말한 것은 카터 전 대통령이다.거기에 팽배해가는 합리적 사고가 그 깃발을 더 찢어발긴다. 백합꽃 가방을 가져가 다시 사용하는 것은 실리적이요 합리적이지만 신과의 사이 남과의 사이에 형성되는 아름다운 덕목은 없다.이에 미국에서는 신앙 이탈과 합리적 사고의 횡포에 반동하는 사회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외신 보도다. [약속 지킴이(프로미스키퍼)]라는 구호 아래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1백만 남성들의 대집회가 있었는데 워싱턴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군중이 모인 집회라서 세상이 경악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미국사람들 마음의 어느 한 구석에 일고 있는 찬바람이 일군 공감대의 크기를 그로써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백합꽃 무늬의 작은 가방비 하나를 절실히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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