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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쪽 편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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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운동경기를 구경할 때 나는 가끔 어느 편을 응원할까 망설일 때가 있다. 마음속으로라도 한 쪽 편을 들어야 관전이 재미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들과 외국 선수들이 경기할 때나 우리 팀이 다른 팀과 경기할 땐 물론 무작정 우리 편을 응원하지만, 어느 쪽도 '우리'편이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는 한참 관전한 다음에 응원할 쪽을 택한다.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겠지만 나는 우선 약해 보이는 쪽을 택한다. 내가 응원한 덕인지는 모르나 나중에 이기는 경우, 그때는 마치 정말 '우리'팀이 이긴 것처럼 기분이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처음에 약해 보이는 쪽이 지고 말기 때문에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대부분의 나의 경기 관전은 중간에 끝나 버린다.사람들이 왜 구태여 약한 쪽 편을 드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것을 연민의 정 혹은 동정심 때문이라 해석할 수도 있으며, 사실 이런 동정심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매우 긍정적 마음씨 가운데 하나이다. 성경에서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을 결단코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에 동정심이 너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할 뿐이다.그러나 나는 약한 쪽 편드는 것이 반드시 동정심 때문이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종의 정의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비록 이기욕으로 판단이 많이 흐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와 직접 이해 관계가 없을 때에는 대개 약한 쪽 편을 든다. 사람의 마음 속에 일말의 정의감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기운 센 어른이 어린아이를 두들겨 패면 모두 분개한다.이런 정의감은 성경이 가르치는 사랑의 한 요소라 생각한다. 어떤 신학자들은 정의와 사랑은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정의를 포함해야지 정의에 어긋난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도 그리스도인의 사랑도 아니다.나는 우리 사회와 한국 교회에 약한 쪽 편드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심지어 자기 편이 아니요, 자기에게 어느 정도 손해가 되더라도 약한 쪽 편에 서는 사람들이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 모습이 그리스도인다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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