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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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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를 가지고 영화 구경을 한 적이 있다. 암표가 성행한다는 말은 흔히 들어왔지만 막상 암표 신세를 지고보니 착잡한 생각이 교차되었다. 퍽 편리한 존재같기도 하다. 수십명 수백명이 늘어선 그 길목에 섞여 초라한 내 꼴이 보이지 않아도 된다. 일에 바쁘고 시달리는 직업인들에겐 시간을절감 시켜 주는 것이다."입장료 + 수수료 = 암표"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수수료의 정체가 문제다. 암표상이 부르는 값이 곧 정가가 된다. 대체로 값의 30% 내지 80% 영화에 따라서는 그 배 또는 배 반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들은 대개 아낙네들이라 극장앞 뿐 아니라 명절이나 주말의 역전 버스정류장 주변에도 널려있다. 경찰,철도청 등은 이 암표상들을 쓸어 버리려고 무척 애를 태우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암표의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자가 생기는 탓일까나는 우리 사회가 바로 암표 사회가 아닌가 우려해 본다. 줄짓지 않고 옆치기로 들어가려는 백성들, 윗전 몇푼 예사로 여기는 낭비벽 환자들,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아는 황금 만능주의, 체면 때문에 민중들 틈에 낑기를 꺼리는 족속들, 계획없이 불쑥 나타나서 남이 차지할 자리를 마수해 버리는 기회주의자들, 교회안에는 이런 암표교인(교역자)은 없을까예배에의 참여, 희생적인 봉사, 줄을 서서 기다리듯 꾸준한 기도의 제물없이 그 나라 구경하겠다고 나서는 교인은 없을까연보만 많이 내면 속죄가 된다고 생각하는 신도는 없을까극장구경은 가능할지는 몰라도 천국구경은 암표가지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을 영화광고를 볼 때마다 나의 경우를 놓고 곰곰히 생각해 본다.(김경래 경향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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