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집단 히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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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 유럽에는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인 무도병(無蹈病)이 종종 유행했었다. 부녀자들이 어울려 기성을 지르고 옷을 찢어대며 춤을 추는데 온 마을, 온 도시에 전염하여 수백 명이 탈진하여 쓰러질 때까지 광란의 춤을 추었다.뉴기니에도 주기적으로 여인들이 집단으로 광기(狂氣)를 부리는데 육체를 노출시키며 외설적 음성과 시늉을 하며 춤을 추어댄다.<대동야승(大東野乘)>에 보면 우리 나라에도 부녀자들의 집단 히스테리 사례가 나온다. 절에 놀러 간 부녀자들이 갑자기 게걸게걸 웃어대며 속옷 바람으로 기성을 지르며 지쳐 쓰러지도록 춤을 추어대는데 진흙물을 달여 먹였더니 웃음과 지랄이 멎었다는 것이다.옛 의서(醫書)인 <황제 내경(黃帝內經)>에도 이 여인들의 집단 히스테리에 관한 증상이 나온다. "얌전하던 여인들이 갑자기 옷을 벗고 달리거나, 높은 데 올라 노래하거나 담을 뛰어넘고 지붕에 오르기도 한다. 헛것이 눈에 보이고 헛소리가 들리며 헛수작을 하며 헛웃음을 웃거나 머리를 풀고 마구 헛고함을 질러댄다."이 집단 히스테리는, 사회 현상은 변하고 있는데 도덕 체계나 가치관이 그에 따르지 않아 심리적 괴리가 생겼을 때 발작하는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리고 만월(滿月)과 히스테리 발작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도 정설이 되고 있다. 에스키모 여인들의 발작적인 광란을 '만월병(滿月病)'이라 하는데, 만월을 전후해서 발작되기 때문이라 한다. 달을 뜻하는 영어 '루나'는 바로 미치광이를 뜻하기도 한다.유럽에서는 임부(姙婦)가 달을 맞보고 앉으면 뱃속 아이의 머리가 도는 것으로 안다. 미국에서는 교통사고, 살인사건 등 범죄 발생률이 보름달 밤에 절정을 이루고, 독충이나 파충류도 만월을 전후에서 독성이 가장 강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곧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보름달 밤에 대사 활동, 공격 활동, 성충동이 가장 활발해진다는 건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밟고 밟히고 70 여 명의 부상자를 내고 만 뉴키즈의 광란은, 노래를 좋아하는 팬의 열광을 넘어선 어떤 집단 히스테리의 발작과 같은 느낌이 든다. 더욱이 그 난장이 펼쳐진 날 밤이 바로 보름 가운데 가장 큰 보름인 대보름의 전야란 점에서 그렇다.10 대는 무한히 우상(偶像)을 추구해서 10 대다. 다만 독서를 수반한 전인교육을 받으면 정신적 우상으로 그 농도가 분산 희석되는데, 입시 공부만 하다 보면 관능적인 스포츠나 연예 우상에 그 농도가 집중 농축되어 열광을 넘어서 광란, 광란을 넘어서 집단 히스테리로까지 발전한다.다만 동서고금의 열광에서나 집단 히스테리에서 상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유독 한국에서 유혈극으로 쉽게 발전하는 것은 질서의식이 결여됐기 때문임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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