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들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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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지하철 정류장에 오페라 아리아가 요란하게 울린다. 듣다 못해 마침 지나가는 관리인에게 음악을 멈추어 줄 수 있느냐고 청했더니{승객들이 좋아하던데요}가 대답이다. 이 경우 다수에 의해 소수가무참히 패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인식되고 있다.지하철을 타면 근처에서 자글자글하는 소리가 들린다. 젊은이들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듣는 음악(혹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이 새어나오는소리다.자리를 피해 다른 칸으로 가면 얼마 안있어 어김없이 하모니카 소리와함께 청승스런 목소리로 찬송가가 다가온다.(최근에는 염불도 등장했다)또 서점에서 차분하게 책을 들쳐보던 일이 까마득한 옛날인 것같다. 어느 서점이고 거의 예외없이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제는 책을 사려면 신문광고를 보고 책이름을 적어두었다가 서점에서 책을 사자마자 후다닥 뛰어나오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다.어느날 커다란 공공기관에서 시간이 남아 구내 도서실에 들어갔다. 놀랍게도 역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 곳에서.카페나 레스토랑조차도 음악없는 곳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을 근처에서 발견하기란 이제 거의 불가능한 노릇이다. 그대신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으레 노래방을 거치는 것이 순서로 되고 말았다.악음(음악의 소리)은 소음의 반대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왜 누구나 음악을 귓속에 쑤셔넣어야 하는가. 음악을 안들을권리가 이 나라에서는 보장되어 있지 않은 것같다. 음악을 듣는 것을 숨쉬는 것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나같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듣는 사람은 정말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내 스스로 생각하여도 어처구니 없는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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