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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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참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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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갈릴리마을이 있는 동네 어부동에 들어서면 조그만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어부동 갈릴리마을}이라는 이름을 듣고는 '어부동'이라는 명칭을 저희들이 마음대로 붙인 줄 알고 계신데 이곳의 동네이름이 원래 '어부동' 입니다. 그래서 더욱 {갈릴리마을}이 돋보이지요)이 가게 주인은 양씨 할머니이신데 저희가 이 동네를 들락거리기 시작할때부터 저희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잘 해 주시는지 저희가 송구스러울 정도입니다. 학교(지금은 갈릴리마을) 바로 앞에 양씨 할머니 밭이 있으며 밭둑에는 호박 넝쿨이 뒤덮여 있습니다. 저녁 무렵쯤이면 할머니께선 밭을 둘러보러 내려오시는데 돌아가실 무럽이면 꼭 갈릴리 마을을 향해 소리치십니다."보게, 여기 호박 몇 개 따놓았으니 갖다 먹어!"어떤 땐 자칫 '호박요리'에 게으림이라도 부릴라치면 파란 애호박이 너댓개씩 쌓여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먹어야 합니다.어디 애호박 뿐입니까 양씨 할머니는 저희에게 뭐라도 나누어 줄 것이없나 하고 늘 궁리십니다. (아, 그분… 나중에 알고 보니 집사님...)"호박 안 떨어졌어 또 줄까""내가 아침에 밤 주워다 놓은 게 있는데 줄테니 좀 가져가서 먹어""컵라면 한 박스 달라구 그래그래, 여기 밑에 있지. 이..이게 맛있으니 이걸루 가져 가. 얼마냐구 에이, 우리가 떼 온 값만 주면 돼. 됐어 됐어. 그것만 받아도 돼."언젠가 캔에 든 참치 통조림을 사다가 실수로 그걸 그만 할머니 발 등에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아프셨겠습니까 제가 너무나 죄송스러워서몸둘 바를 몰라하며 얼른 주저앉아 할머니의 발등을 주물러 드리려고 하자"아이구. 괜찮아 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라며 말리셨습니다."그래도... 많이 아프실텐데요."그러자 할머니께선 아픈 표정 하나 없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또 좀 아프면 어때 아프면 참으면 되지."'아프면 참으면 되지......'너무나 당연한 듯 태연하게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그 한마디가 저의 가슴에 오래토록 남아 있습니다. 참치 캔이 발등에 떨어졌는데 얼마나 아프셨겠습니까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이구우 발이야, 아이구우 발이야! 아, 눈깔은뒀다 뭐 하누 왜 남의 발등을 찧고 야단이야 으이그" 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을 것입니다. 도회지에선 길 가다가 어개만 부딪쳐도 입에서 욕이나오고,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실수로 누가 우리 발이라도 밟으면 우리는단번에 얼굴에는 쌍심지를 켜고는 입으로 할 말 못할 말 닥치는 대로 내뱉게 되지 않나요 "설령 좀 아프면 어때 아프면 참으련 되지"라구요 어떻게 참고 있습니까 발 밟은 사람을 노려보기라도 하든지 할 수만 있다면 정갱이라도 걷어차야 속이 시원하지요.도시에 사는 사람들 자체가 악하거나 쩨쩨한 소인배들인 것이 아니라 '도시'라는 환경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도회지에선 덜 이기적이고 덜 계산적인 사람은 거의 손해를 보게 되어있는 것입니다. 어붇ㅇ 양씨 할머니와 같은 넉넉하고 너그러운 품성을 가지고 도회지에서 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까요 좀 손해를 보고 좀 피해를 입고 좀 아픔을 당해도 그 정도는 태연히 참을 줄 아는 것이 우리에겐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점점 우리 자신들이 이기적이고 옹졸해져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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