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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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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병이 우리 한국 사람에게 특유한 정신 발작으로 국제학회에서 연구 주제로선택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었더니 귤이 열리지않고 탱자가 열린다는 말이 있다.이처럼 기후 풍토에 따라 그나라에 고유한 식생이 형성되듯 각기 다른 문화와전통에 따라 고유한 정신 현상이 형성되는 법이다. 그렇다면 일종의 풍토성 정신발작이랄 홧병이 어떻게 발작되며 그것이 생기는 문화적 토양이 어떤 것인가살펴 보는 것도 무위하지 않을 것이다.미국에 가보면 풍선술집이라는 이색 술집이 있다. 직장에서 상사로부터또 가정에서 아내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술집에 들러 풍선에 그려진얼굴이 상사같거나 아내같은 풍선을 골라 산다. 이 풍선을 확성 장치가 돼 있는파열장치에 끼우고 달려가 주먹질을 해서 터뜨린다. 통 쾌한 파열음으로 스트레스를풀고 맥주 한잔 들이켜고 나오는 술집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장 해대거나 해댈형편이 못되면 차선적으로 풍선 술집에 가서라도 풀어버리는 것이 서양 사람이다.한데 우리 한국 사람은 너무나 과중한 억눌림 속에 살아와서 스트레스로 오목(凹)진 정신부위를 원형으로 회복시키지 못하고 산다. 정착성이 강한 취락구조에서 三綱五倫에 억눌리고 家父長에 억눌리고 班常에 억눌리고 官權에 억눌리고 男尊에 억눌리고 祖上에게 억눌리고 시어머니에게 억눌리고 가난에 억눌려 살다 보니 풀지 못한 火氣가 누적이 되고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 홧병이다.홧병은 스트레스를 가한 주체에 대한 직접 발산이 아니라 간접 발산을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직접 발산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무서웠기 때문일 것이다.홧김에 서방질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원님에게 꾸지람들은 이방이 아전에게호통치고 아전은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노발대발 하면 아내는 영문도 모르는 며느리에게 그 화를 전위시킨다. 며느리는 부뚜막에서 졸고 있는 부엌 강아지의 배를 참으로써 전위시 키고--. 이처럼 전위 발산이 홧병의 특징인 것이다. 현명한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바가지를 긁어 빨리 닳게 하고 부지깽이를빨리 태워 닳게 하며 업은 아기의 엉덩이에 멍을 들여 울리며 강아지를 깨갱거리게 하는 것을 너그러이 봐줘야 한다는 것이 전통의 지혜가 돼있기도 하다. 이 모두가 홧병을 줄이는 전위 발산수단이기 때문이다.이 홧병이 누적된채 곰삭으면 한이 되고 그 한이 사무치면 죽어도 못 다 죽는 원이 된다. 바로 한국인의 심정을 분석하는 인자가 홧병에서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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