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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가는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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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차를 타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검은 유리창밖의 그 막막한 어둠과 어둠 저편에 한없이 가라앉는 이유 모를 우수를.눈물인듯 깜박이며 뒤로 밀리는 불빛과 그 불빛이 간직한 저마다의 간절한 사연들이 마을을 이룬 들판 끝의 꿈같은 정경을.드디어 실낱같은 불빛도 사위어지고 칠흙같은 어두움에 잠기게될 때 비로서 혼자된 외로움으로 돌아와 스스로를 헤아려 보게되는 것이 또한 밤 열차가 주는 귀한 체험이라는 것을.절반은 졸고 절반은 생각에 잠기면서 밤을 뚫고 가 닿아야 할 여행의 목적은 무엇이며, 지금쯤 내 인생의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를 차분히 점검해 보는 일도 밤 열차의 특이한 생리라는 것을.그러나 그 어떤 이유보다도 밤 열차를 타게되는 가장 큰 까닭은 먼동이 틀 때 목적지에 닿는다는 산뜻한 희망 때문일 것이다.먼동이 튼다는 것은 하루 일과의 시작이라는 점도 있지만 어둠을지나 밝음을 향해 새로 출발하는 첫걸음의 신호이기도 한 것이기에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 아침해의 축복속에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최상의 습관으로 여겼던 것같다.아침이라는 어휘속에는 언제나 부푼 기대감과 어제의 고뇌를 씻은 듯한 청량감을 지니고 있다.영원한 수수께끼(올훼와 유리디체)의 전설은 음악으로도 영화로도 여러 차례 우리에게 익혀져 왔지만, (흑인 올훼)라는 영화에서도 광란의 밤을 지샌 산간 마을에 지난 밤의 불행을 덮으려는듯해를 불러 올리는 제의가 인상적이다. 이미 싸늘한 죽음으로 변한 유리디체의 불행을 쫓기 위해서 해는 떠올라야 하고 마치 해가 떠오르면 그 모든 불행의 그림자가 일시에 지워지기라도 할듯 기대의 눈빛으로 아침을 불러 올리던 아이들의 천진스럽고도간절한 목청은 지금껏 잊혀지지않는 감동으로 몸속에 녹아있다.매일 뜨고 지는 해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사는 우리들이지만 고통의 밤을 겪어본 사람에게는 아침이야말로 구세주와같이기다려진다. 아침이 오고 날이 밝아지면 그 모든 고난이 해결이라도 날듯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아침.밤새껏 아픈 아이를 안고 날새기만 기다리는 엄마에겐 아침이 아이의 생명을 건져줄 신의 배려로 여겨질 것이요, 오래 헤어져 있다가 꿈에도 그리던 애인을 만나게 될 젊은 여인에겐 다음날 아침이 세상을 얻을듯 충만한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기에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은 모두 아름답다. 고통의 밤이 길면 길수록 희망의열쇠를 지닌 아침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절실할 것이다. 편안한 잠을 다 자고나서 맞는 아침은 뜨거움의 의미가 없다. 피가마르도록 간절하게 무엇을 기다린다는 경험에 놓였을 때 우리는그 기다림이 사는 목적이 되고 걷는 목표가 되고 일어나야할 순간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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