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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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에는 문화관련 증후군(culture bound syndrome)이란개념이 있다. 특수한 문화권에서만 발생한다고 판단되는질병들을 모아 독특한 병명을 붙여주는 것이다.예를 들면 아모크(Amok)라는 병은 갑자기 칼, 총기, 폭발물등으로 사람이나 동물을 무자비하게 살상하는 일종의 분노발작으로, 말레이지아 남성들에게서 볼 수 있다.또 에스키모 여자에게 나타나는 피블로크토(piblokto)라는정신병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옷을 벗어던지고 나체가되어 눈 위를 달리기도 하고 난폭하게 뒹굴기도 하다가한두시간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완전히 정상으로되돌아오는 병으로, 이 문화권에서만 발견된다.최근에 우리나라 정신과 의사들 중에는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화병이란 개념이 우리 고유한 문화에서만 나타난다는 견해가대두되고 있다.화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화는 불이다. 불의 속성은 활활 타는 것이고 열이나는 것이다.화가 났을 때 흔히 속에서 열불나다 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이 때문이다어떤 울분이나 적개심이 가슴에 사무쳐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불처럼 나타날 때, 화가 들어 병이 났다고 하여 화병 이라고하였을 것이다. 즉 심리적인 원인으로 병이 난 경우이다.화병은 주로 대인관계에서 비롯된 좌절과 실망 등 욕구불만이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화기(열기)를 동반하는자율신경 실조증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교감신경이란 긴장과 분노와 같은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때흥분되는 신경으로, 많은 에너지 소모가 일어난다. 그래서열량에 필요한 산소요구량이 증가하여 호흡이 가바지고, 피를많이 보내기 위해 심장이 빨리 뛰어 열이 날 수밖에 없고열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자율신경계의 중추는 시상하부에 있는데, 인체의 체온을조절하는 열중추와 성호르몬을 조절하는 성중추도 바로 이곳에있다.화병은 주로 40-50대 중년여성에게 흔하고, 사회경제적 수준이낮은 계층의 사람에게 많다는 보고가 있다.65-85%의 중년여성들이 갱년기장애를 겪고 있으므로 얼굴에뜨거운 열감을 느끼는 안면 홍조 등 여러가지 신체적인 증상이나타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있으면 자연히 스트레스가 많아져 갱년기 증상은 더욱 심해질수밖에 없다.지금까지 20대 여성 중에는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두통이나소화장애 등 여러가지 신체증상을 호소하지만, 얼굴에 열이오르는 환자는 보지 못했다.중년남성들도 아주 드물지만 열이 오른다는 사람이 있는데, 약5%의 남자들이 갱년기 증상을 보인다고 하니 이와 관련하여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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