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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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의 세 아들 사이에 벌어진 권력투쟁은 고구려 패망에 중요한원인을 제공했고,조선조 太宗의 맏아들이었던 양녕(讓寧)의 방종은 世宗이라는 불세출의 명군(名君)을 낳았다.자칫하면 역사가 바뀔뻔 했는데 모두가 큰 아들의 독특한 성격에서 빚어진 사건들이다. 연개소문이 죽은 후 그 전권을 물려받은 큰아들 남생(男生)은 독선적이었고 독단적이었다.권력에 대한 욕심도 대단해 두 동생들까지 경계했다.추종자들에게 끊임없이 동생들의 동정을 살피게 함으로써 위기의식을느낀 동생들로 하여금 반기를 들게 한다.역부족을 느낀 남생은 당나라에 구원을 요청케 되고, 마침내 패망으로 이어진 것이다.그런가 하면 열살때 세자에 책봉된 양녕은 일찍부터 둘째동생 충녕(忠寧)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부왕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거듭함으로써 왕위가 충녕에게돌아가도록 한다.본래가 자유분방하고 방탕을 즐기는 성격이라는 설도 있지만 왕위가 자신에게 돌아오리라 생각하는 큰동생 효령(孝寧)에게 그꿈을 버리도록 타일렀다는 기록으로 봐서는 위장된 방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두드러지게 남의 눈에 띄게 한 행동을 제외하면 본바탕은 온후하고 생각이 깊다는 평가도 그것을 뒷받침 한다. 그렇게 보면 남생과 양녕은 똑같은 장남이면서 성격은 판이하다. 또 그와같은 성격은 동생들과의 상대적 상황에서 형성된 것일 수도 있다.가령 남생의 동생들이 온순하고 선량했다면 형제간 싸움은 없었을지도 모르고,양녕의 동생들이 총명치 못했다면 왕위를 넘겨주는 따위의 일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우리 속담에 '한 배 새끼도 제각각이다'는 것이 있다.슬하에 자식을여럿 두게 되면 잘난 놈·못난 놈도 있고,성격이 둥근 놈·모난 놈도 있게 마련이라는 뜻이다.그렇다면 출생순서에 따라 공통된 특성들이 있을수도 있을까.최근 미국에 서는 출생순서가 사람의 성격형성을 좌우한다는내용의 저서가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6천여명의 역사적 인물들을대상으로 그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맏이는 독단적·지배적이고,둘째,셋째는 혁명적인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통계에 불과할 따름이지만 우리주변의 사람들은 어떤지 따져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싶다. -1996. 10. 17. 분수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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