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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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공약품 중개상을 하는 부산 우송상사 조용암(54) 대표는 지난 20일 돌아온 어음 1천5백만원을 막지 못해 1차부도를 냈다. 주 거래처인K공업의 화의신청으로 닥친 일이었다.[그만둘 때가 됐구나….] 아내와 세 자녀의 한숨소리, 고락을 함께한 두직원의 잿빛 얼굴, 채권자들의 분노에 찬 표정….한가지 사업에 매달려 온 16년 회한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다음날 부산은행 수안동지점에 찾아가 사정을 설명한 조씨는 은행직원에게서 {사장님이 부도를 낸다면 안 망할 기업이 어디 있느냐}는 격려를 받았지만, 돈 갚을 일은 여전히 막막했다.{그깟 일로 뭘 그러십니까} 그날 오후 3시쯤 집으로 돌아간 조씨에게 대학 5년 후배인 양경석(한우화학 대표)씨가 전화를 걸어 {입장이난처하실테니 형님 거래처를 직접 설득해 보겠다}고 했다.양씨가 두루 전화를 건 탓인지 경신화학 경동화학 ㈜대흥 등 3개거래업체 사장이 {믿을 만한 분이니 한번 기회를 주자}고 합의했다.경신 박일현 사장은 자신의 차를 급히 몰아 그날 은행 마감 10분전자신이 대신 돈을 메워 넣었다. {따뜻한 사람들을 주변에 둔 것만으로도행복합니다.}.조씨는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게 은혜를 갚는 일}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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