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문화적 자존심 실종

본문

일본에서 7년, 인도에서 2년 살면서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일본에는 일본이 있으나, 인도에는 인도가 없다! 중국 문화에 정통한 분들이 “중국에는 중국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하기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폭이 넓고 깊은 문화에는 무어라 규정하기 어려운, 이렇다 하는 단정을 조롱하듯 비켜가 버리는 알쏭달쏭함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이러쿵저러쿵 한바탕 정체를 파헤쳐 보려 논의에 논의를 거듭해 보았자 결국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어서 “알 수 없다”로 낙착보곤 한다.일본의 만주침략 때 김진섭 선생은 “문화가 옅은 민족이 문화가 깊은 민족을 지배할 수 없다”고 같은 세미나에 참석한 일본 학생들을 질타하였다고 한다. 그 말 그대로 일본은 조선과 중국을 지배할 수 없었고, 영국은 인도를 지배할 수 없었다.문화가 깊고 옅음은 단지 연륜이 오래거나 영토가 넓다거나 하는 계량적 요소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문화는 공기와 같아서, 다른 문화를 포용하는 넉넉함이나 구성원의 문화적 자존심과 같은 무형의 분위기가 그 문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우리 문화의 수준은 어디쯤 와 있는가‘국제화’를 외치면서도 영어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상전 모시듯 하는 대학의 현실을 볼 때마다, 몇 년씩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배우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 외국인을 볼 때마다 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533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