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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 개신교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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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개인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하나님의 사랑에 의해 이뤄진다고 믿는다”-새 천년을 앞두고 로마 가톨릭과 루터파 개신교가 화해했다.한 세기를 마감하는 종교개혁절행사가 있었던 지난 31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아우구스부르그교회에서 열린 신·구교 참석예배에서 가톨릭과 루터파 개신교 지도자들이 지난 5백년간의 논쟁과 30년 종교전쟁에 불을 붙인 구원론에 대한 논쟁을 종식하는 선언에 서명했다.이날 교황청 일치위원회 위원장인 에드워드 카시디 추기경과 비숍 크리스천 크라우제 루터교 세계연맹(LWF) 회장이 세계 24개국 성직자대표단 7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예배에서 면죄와 구원에 대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하고 뜨거운 악수와 포옹을 나누자 부근 텐트에서 대형 비디오 화면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신·구교기독교인 2천여명을 비롯한 전세계 기독교인들의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로마교황청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서명과 관련 “이는 고난의 역정 위에 기독교통합의 이정표를 놓은 것으로 전체 기독교인들의 큰 기쁨”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으며 크라우제회장도 “몇 세기 만에 처음으로 우리가 함께 같은 길 위에서 걷고 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서명이 곧바로 기존 신·구교의 틀이나 교회조직의 큰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양측 사이엔 아직 성체성사나 영성체에서 쓰이는 빵과 포도주의 해석 등을 놓고 빚어진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그러나 교회관계자들은 이를 교회일치운동 역사상 획기적인 진전으로 평가하는 데 전혀 인색하지 않다.루터신학대 박일영교수는 “개신교는 그간 인간의 도덕적 선행에 의해서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가톨릭교회의 견해와는 달리 오직 하나님의 은총에 의해서만 해방과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말하고 “이날 서명은 가톨릭교회에서 개신교의 정체성과 구원에 관한 루터교 교리를 수용한 것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해석했다.4백78년 전 같은 날 마르틴 루터는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에 반발,비텐베르크 교회문에 ‘95개조 논제’의 반박문을 내걸고 종교개혁에 착수했었다.종교전쟁과 신·구교 분리를 불러온 루터의 문제제기는 ‘어떻게 천국에 이를 수 있는가’하는 주제를 둘러싼 것이었다.가톨릭에서는 “같은 교인이라도 개인별 행동행태에 따라 구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한 반면 개신교에서는 “인간은 믿음으로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 양측의 교리가 팽팽히 맞서면서 그동안 숱한 갈등과 저항을 낳아왔다. /한병권 bkhan@kukminilbo.co.kr지난달 31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루터교 세계연맹과 로마 가톨릭의 교황청의 대표가 ‘의인교리에 대한 공동 선언문’에 공식 서명했다. 루터교 세계연맹은 이미 1960년대부터 가톨릭측과 활발한 대화를 해왔고,이번 선언문은 오랜 기간의 대화를 통해 지난 97년 완성된 것으로 그동안 교황청과 루터교 세계연맹 회원교회들에 제출돼 최종 인가과정을 거친 후 공식 서명된 것이다.의인(義認)교리는 로마 가톨릭에서 루터교회,혹은 개신교회가 분리돼 나온 가장중요한 이유다. ‘오직 은혜로만’의 의인교리는 성서의 중심사상이고,또 이미5세기 초대교회가 펠리기안 논쟁 과정에서 어거스틴을 통해 확립한 구원론의 중심교리다.그러나 중세 로마 가톨릭 교회는 구원론을 ‘공적 사상’,즉 인간은 의지와 노력으로 구원에 필요한 공적을 쌓아야 한다는 것으로 변질시켰다.하나님의 은혜도 필요하지만 인간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공적 사상은 일견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중세 교회가 교인들을 지배하기 위한 것으로 이용됐다. 개인적으로도 공적 사상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혜를 불충분한 것으로 만들며,영혼들은 결국 자신의 공적에 대한 교만에 빠지거나 아니면 구원에 충분한 공적을 쌓을 수 없어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이에 루터는 ‘오직은혜만으로’의 의인교리를 회복하는 교회개혁을 원했고,그래서 의인 교리를 ‘교회존망의 조항’이라고 여겼다.의인교리는 결국 루터의 희망과는 달리 교회의 분열을 가져왔다. 이를 치유하기위한 대화가 이미 종교개혁 시대부터 시도됐지만 분열의 상태는 5세기를 지내왔고,마침내 이번에 ‘오직 은혜로만’의 의인교리에 대해 양측이 일치를 보게 되었다.다시 말해 더 이상 교회가 나뉘고 서로를 정죄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이 일이 교회일치운동에 있어서 역사적 전환점을 이룬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루터는 의인사상만 보존된다면 다른 모든 사항들은 양보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이제 루터교회 입장에서 보다 열린 자세로 로마 가톨릭과 실질적인 일치를 이루도록 노력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구교와 신교가 일치되어 강단과 성만찬을 함께 나누고,또 실제적인 교회연합(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을 이루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다.어찌되었든 그리스도의 뜻과는 반대로 분열과 반목의 얼룩진 교회의 역사에 대해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를 이뤄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이번의 공동선언문은 이 점을 새롭게 상기시키고,또 이러한 노력에 소망을 준 뜻깊은 사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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