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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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참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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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부대에 배치 받고 얼마 지났을 때 천리행군이라는 훈련을 받게 되었다. 4백 킬로미터나 되는 먼 거리를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북 영주시의 한 시골 마을을 지날때의 일이다.마침 그곳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수박과 참외를 한창 거두어들이고 있었다. 우리는 먹음직스럽게 익은 노오란 참외와 수박에 자꾸 시선을 빼앗기며 입맛을 다셨다. 무엇보다도 달콤한 참외 향기가 코 끝을 자극했다.그 때 길 옆에서 밭을 갈던 노부부가 있었는데, 우리가 행군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갑자기 멀리 떨어져 일하고 있는 할어버지께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잠시 뒤 저 만치서 할아버지가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향해 뛰어 오셨다. 할아버지는 손에 참외 한 봉지를 들고는, 우리에게 참외 좀 먹고 가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순간 "드디어 맛있는 참외를 먹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멀리를 스쳤고, 나도 모르게 입맛을 쩝쩝 다셨다.하지만 행군중이라 멈출 수가 없었던 우리는 할아버지께 감사 인사를 한 뒤 극구 사양하며 계속하서 행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어여, 어여…" 하고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뒤따라 오시는 거였다.할 수 없이 맨 뒤에서 행군하던 행보관님이 감사히 잘 먹겠다는 말과 함께 할아버지께 참외를 껍질도 깍지 않고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정말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참외보다도 달고 맛있었다.그날 우리가 뜨거운 태양아래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50킬로미터를 무사히 완주하여 다음 집결지에 도착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 노부부의 정성이 담긴 참외를 먹은 덕분이었을 것이다.좋은 생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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