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8범의 수호천사
본문
“내 죄는 내가 압니다.저는 못 나가요.사회생활보다 감옥에서 더 산 놈입니다”갑자기 그가 구치소 바닥에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까칠한 머리에 눈에서 붉은 기가돌았다.꺽꺽대는 울음과는 달리 범죄전력이 만만찮아 보이는 강인한인상이었다.그런데 이상했다.그의 눈 속에서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빛이느껴졌기 때문이다.‘참회의 빛’이라기보다는 천사가 이질적으로 그의 영혼 뒤에숨어있는 것 같았다.금년 서른 여섯 살의 김창균(가명)은 절도전과 8범으로 14년을 징역에서살았다.열여섯 살 겨울에 가출해서 호빵을 훔쳐 먹은 게 첫 전과였다.인삼밭근처에 텐트를 치고 놀다 인삼을 빼간 죄로 전과 2범이 되었다.그후 기차를 타고서울로 올라와서 진짜 도둑이 되었다.중국점 배달로 취직해 며칠 있다가 금고도들고 나오고 돈도 빼돌렸다.선배도둑들이 선금을 받고 그를 팔아먹고 그는 대신도둑질을 해서 갖다바치는 수법의 도구였다.그렇게 살다 어느덧 삼십대 중반이넘어서 출소한 그가 일년만에 재수감된 것이다.그는 여러 차례 대형판매장의 지하에 쌓아 놓은 냉장고, 텔레비전을 그냥 차에 싣고 달아나다가 꼬리가 잡혔다.그는 CCTV가 녹화하고 있었던 것을 몰랐다.변호할방법이 막연했다.참회를 내세우기에는 전과가 너무 많았다.검사도 판사도 변호사인나까지도 그를 믿을 근거가 없었다.며칠 후 선량한 눈을 가진 30대 여자가 남동생과함께 사무실로 들어섰다.그녀는 유치원교사였고 남동생은 전도사였다.그녀는 그의 신분을 전혀 모른 채 금년 초 결혼했다는 것이었다.내막은 이러했다.지난해말 어느 밤.그녀는 한 잡지에서 고독해하는 진솔한 마음이 담긴 한 남자의글을 읽었다.자신도 그런 상처가 있었던 그녀는 그를 감싸주고 싶었다.그녀는 용감하게 전화를 걸었다.몇 마디 대화 끝에 두 사람의 영혼은 하나가 되었다.이미 두 사람은 세상의 눈도 격식도 뛰어넘을 수 있는 나이였다.그들은 혼인신고를 하고 한 가족이 되었다.그는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했다.도둑이라는 걸숨겼지만 처와 처남에게 정성을 다했다.처남이 아팠다.신장병이었다.그는 매형으로서 처남 하나 못 살리겠느냐고 큰소리를 쳤다.그 얼마 후 그렇게 잘해주던 남편, 한없이 선량하던 매형이 전과8범의 상습절도범이며 최근 또 범죄를 저질렀다는 공소장이 날아왔다.날벼락이었다.그래도 착한 남매는 실망하지 않고 공소장을 들고 변호사 사무실마다 돌아다녔는데거의 다 고개를 흔들었다는 것이다.“그 분의 영혼을 구원하는 게 우리 남매에게 주신 하나님의 소명이에요.그 분은 이미 참회했어요.전과자면 어떻습니까 상관없습니다.몇년이라도 기다릴 거예요”그녀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도둑남편은 끓어오르는 눈물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녀를 속인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돌아갈 수 없어요.부디 행복하라고 전해주세요.가족의 따뜻함을 잠시지만 맛봤고 행복했습니다.그것으로 만족합니다”눈물 뒤로 보이는 그의 눈 속에서 본 또다시 그 이상한 빛.그 빛은 천사인 아내의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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