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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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수학을 담당한 젊은 여선생님이 난관에 부딪혔다.몹시 어려운 단원이라 학생들이 제대로 따르지 못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툭하면 서로 싸우고 선생한테 으르렁거리는 녀석까지 있었다.수습하지 않으면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궁리 끝에 선생님은 색다른 숙제를 냈다.자기를 제외한 학급 전원의 장점 즉 좋은 성격, 언행, 기억나는 훌륭한 일 등을 써내도록 했다.그리고 주말에 이를 정리, 다음 월요일 학생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눠주었다.곧 이어 여기저기서 놀라움과 즐거움의 탄성이 잇따랐다.“정말이야 내가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다니 믿어지지 않아…” “나를 이 처럼 좋아하는 애가 있으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그 이후 수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학생들은 자신감과 서로 간의 호감을 감추지 않았다.몇년 뒤 그 교사는 월남에서 전사한 어느 제자의 부음을 받았다.장례식이 끝나자 그 부모가 여교사와 아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선생님께 꼭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아들은 죽는 순간에도 그것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중학 친구들이 지적했던 아들의 장점 목록을 꺼내놓았다.“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그애는 항시 이것을 가장 귀한 보물로 여기고 살았어요”그때 한 친구가 수줍어하면서 “저도 지금까지 지니고 있어요.책상 맨위 서랍에 두고 틈틈이 봐요”라고 말하자 너도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저는 일기장에 넣어두고 날마다 봐요” “저는 결혼앨범에 끼워 놓았어요” “저도 늘 가지고 다녀요.그리고 나머지 다른 애들도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선생님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감동에서 우러나온 기쁨의 눈물이었다.“제자들이 오히려 저한테 교육의 효과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어요.그뒤 정년퇴직할 때까지 다른 학생들도 이를 참고로 해서 가르쳤어요”미국의 유명한 인생상담 칼럼인 `디어 애비'에 약 두달 전에 실린 글이다.본래 지난해 실렸으나 감동한 독자들이 요구해 다시 게재한 것이다.상담자 애비 여사는 이에 대해 조지 허버트(1593~1633)의 말로 답했다.“칭찬하는 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그러나 그 효과는 대단하다”`디어 애비'에 얼마 전에 실린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초등학교 저학년 꼬마가 집에만 오면 자기 여자 선생님이 아름답다며 자랑이었다.아들이 그토록 칭찬하는 선생님이 고마워 한번은 집으로 초대했다.그러나 기대와 달리 선생님은 나이가 들었고 미모도 아니었다.가고난 뒤 그 선생님의 어디가 그렇게 이쁜지 아들에게 물었다.대답은 엉뚱했다.친절한 선생님 입가에서 항시 떠나지 않는 그 미소가 아름답지 않느냐며 꼬마는 반문했다.중학 선생님은 수학보다 중요한 것을 가르쳐 주었다.남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는 것이 삶의 가치를 높이고 인생을 풍부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교육을 통해서 마음 깊이 심어준 것이다.초등학교 선생님 역시 열 살도 안 된 어린이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실천으로 가르쳐 주었다.나아가 부모들 마음의 눈까지 바꾸어 놓았다.미소와 친절 역시 비용이 들게 뭐 있는가.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다.그러나 그것들은 고달픈 인생에 활력을 주는 귀한 묘약이다.우리 사회도 직장, 단체, 백화점 등 곳곳에서 친절과 미소, 다른 사람 칭찬하기 등 캠페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그러나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다.사회생활을 하면서 세월과 사회의 때에 찌들어 초·중학생들처럼 순도가 높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또 직장에서는 이해관계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어 순수하게 남을 칭찬하고 장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온통 경쟁자요, 해코지하려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은 세상에 언제 성인군자처럼친절과 미소로 대하며 칭찬할 것인가.또 상명하달식의 캠페인은 전시효과적인 면이 많아 호응을 받기 어렵다.시키는 윗사람들이 그 교사들처럼 순수하지 않으면 역효과만 확대될 것이다.하지만 미소와 친절, 칭찬은 남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기자신을 편하게 해주는 신묘한 약이다.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이것들을 제거하면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가 전혀 없다.세상살이가 고단할수록 이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캠페인도 좋지만 우리 모두 스스로 성품과 체질개선에 나서면 그동안 몰랐던 행복을 발견하는 등 그 효과는 무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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