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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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이여 나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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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권깨나 읽고 행세깨나 하면서 이름 석 자로 살아가는 부류를 일러 지식인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지식인이란 명료한 의식과 객관적 판단을 갖춘 교양인을 일컫는 말이지만, 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흔해빠진 그 계급층을 지식인이 아니라 쥐식인이라 부른다. 그들은 갖추어야 할 지는 갖추지 아니하고 없어야 할 쥐의 생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쥐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극히 타당한 생존방식이겠으나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쥐라는 생물의 습성은 고약하기 그지없다. 오직 제 먹이만을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사람 눈에 띄면 사력을 다해 밝은 곳을 벗어나 어둡고 좁은 곳으로 달아난다. 제 몸 하나 드나들 구멍이 있으면 그곳으로 은신하고서 밖의 동태를 살핀다.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이 주어지면 살금살금 기어나오지만 그렇지 않으면 눈알만 반들거릴 뿐 구멍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일신의 안위를 위해 철저히 본능에 따른다. 쥐에게는 그러한 처신이 명분이며 대의다.제 일용할 양식에 관한 일말의 생산력도 없으면서 도둑질한 곡식으로 몸을 살찌우고 가공할 만한 번식력으로 사람의 경제를 도탄지경에 빠뜨린다.근래 선거철을 앞두고 빚어지는 시궁창 같은 정치판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는 이러한 오욕에도 많은 부분 그 죄과가 쥐식인들에게 있다고 본다.정치는 다수의 다종다양한 사람이 어울려 사는 국가라는 조직의 존립 근거를 제공하는 일차적 수단이다. 이러한 정치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명료한 의식과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고, 그러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지식인의 역할이 당연히 요구된다. 꽃바람이 불면 몰려나와 춤추고 흙바람이 불면 몸을 움츠리고 숨어드는 기회주의적 처세를 배우기 위해 지식을 습득하는 바가 아니다.국가적 위기라는 경제대란을 맞아서도 우리의 쥐식인들은 그 책임 소재를 얼치기 정치꾼에게만 돌리며 자신들 책임에 대해서는 논의치 않았다. 그리고 이제 또 다시 흙바람 부는 봄날을 맞아 망국병이라는 지역감정이 위험수위를 넘다 못해 제방을 통째로 무너뜨릴 지경에 처한 지금에도, 그 죄를 일부 정치 부랑아들의 방약무인한 장난으로만 여기고 있다. 부패를 용납하는 여건이 존재하기에 부패가 자행된다. 창궐하는 지역감정을 이들의 정치적 술수나 국민의 무분별한 애향심과 저급한 민주의식 탓이라 냉소할 작정인가 어차피 사실이니 보고 즐기자는 심산인가 체념은 기회주의적 속성만큼이나 무서운 죄악이다. 또한 그것은 지식인의 태도가 아니다. 어찌할 것인가 임산부들을 한 지역으로 모아 출산토록 할 텐가 모든 유아를 동일 지역에서 성년까지 성장시켜 지역적 동일성을 확보할 계획인가 원적 본적 출신지 기재란을 주민등록표에서 삭제할 생각인가쉬파리 미물보다 못한 부랑아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들의 경거망동을 나무라고 계도할 공적 지식의 부재가 서글프다.어느 놈이 차지하든 곳간이 잠잠해지기만 하면 줄지어 달려 나올 작정으로 눈알을 반들대고 있는 쥐식인들아. 정치가 무너지면 곳간도 무너지고 사람이 굶으면 쥐도 굶게 된다. 그나마 반쪽으로 갈라진 나라에서도 태평스럽게 서식하고 있는 몰염치하고 가증스러운 쥐식인들아. 쥐의 생리를 버리고 구멍에서 나오라. 네가 가진 것이 쥐의 생리가 아니라 마땅히 사회에 환원해야 할 지식임을 우렁차게 밝혀 자신의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그리하여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란 선거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도 화려한 축제여야 한다는 지고선을 만천하에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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