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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따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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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건 좋건간에 지역차별은 이미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대구.경북(TK)입네,부산.경남(PK)입네 하더니 이제는 목포.광주(MK) 시대란다.50년이 넘게 남과 북으로 갈려 있는 분단국가를 또다시 지역별로 이리저리 찢어 가르다 보니 나라가 편할 날이 없었다.최근에는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출신고교별 파벌 형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경고까지 나왔다.지역차별은 무엇보다 사회적 손실이 매우 크다.인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더구나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민심을 분열시키는 원인도 된다.지역차별은 출신지역에 따라 우리와 저들을 구분하여 저들을 따돌리는 행위다.이것은 우리만이 선이라고 주장하고 저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배타적 심리에서 출발한다.`우리'쪽은 기득권을 보호하고 키우기 위해 저들에 대한 차별을 더욱 심화시킨다.이러한 집단 병리현상이 요즘 우리의 교육현장에 번져 큰 문제가 되고 있다.소위 왕따로 불리는 집단따돌림 현상이다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왕따의 전국 학교별 실태조사에 의하면 초.중.고교생의 24.2%가 왕따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4명 중1명꼴이다.이는 지난해 9월 서울시 청소년종합상담실이 조사한 11%보다 배이상 높은 수치다.왕따현상이 급증한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그보다는 정확한 조사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게다.왕따현상이 학생들 사이에 은밀하게 벌어져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조사 결과가 차이가 난다고 해서 문제의 심각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중요한 것은 왕따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이다.대다수의 학생에 비해 조금이라도 튀는 성격이거나 별난 태도를 취한 학생이 피해 대상이 된다. 각자의 개성은 존중되지 않고 남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한다.학생들이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게 된데에는 학교도 한몫 했다.이제까지 학교는 성적이라는 획일적 기준을 통해 학생들을 독려해왔고,그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거기에 길들여져 있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이제 왕따는 지역차별만큼이나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지금의 왕따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차별을 당연시하는 그들이 자라 또다시 지역차별이라는 악습의 바통을 이어갈 것이다.따돌림은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 상처가 된다. 미움을 쌓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나요,너는 너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식으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긴요하다 .생명 있는 사람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다는 것을 배우게 해야 한다. /조용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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