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박동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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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화 세상 사람들아/이내 한말 들어보소/우리 주님 부활하셨네/십자가상에 매달려/창칼에 찔리신 우리 주님."예수께서 십자가 상에서 고난받는 모습을 그린 판소리다.비감이 넘쳐 흐르는 계면조가 부활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힘찬 우조로 바뀌면서 중중모리로 이어진다."죽음 속에서 살아나셨네/우리 주님 부활하셨네/할렐루야 얼씨구 좋다/ 할렐루야 절씨구/할렐루야."(판소리 `예수전'중 3부 `주님의 고난과 부활'에서)판소리 대가 박동진씨(84.성민교회 장로).73년 `적벽가'로 판소리 인간 문화재가 된 그에게 붙는 많은 수식어 중 대표적인 것은 `국악계의 대부'다 .국악인으로 70년 가까이 활동해왔기 때문에 그런 칭호가 전혀 어색할 게 없다.그럼에도 그는 판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한다며 `판소리 선교사'라고 불러줄 때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그가 예수를 믿기 시작한 사연도 자신의 인생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68년 9월30일 국립국악원에서 흥보가를 5시간10분에 걸쳐 완창했을 때지.줄창 물도 안 마시고 화장실도 안 가고.당시 `미국의 소리' 방송이 해외중계를 하는 등 장안에 화제가 돼서 온통 난리법석들이었는데 어느날 기독교방송이란 데서 연락이 왔어"그는 경어를 잘 쓰지 않지만 투박하면서도 정감어린 말씨가 친근감을 준다.그저 방송사 한 군데서 보자는 거겠거니 하고 나갔는데 기독교방송 시청각교육국장 조향록 목사(초동교회 원로)와 극작가 주태익 선생(작고)이 느닷없이 정중한 부탁을 해왔다."웬걸,대본을 하나 디밀더니 그걸 나보고 방송으로 판소리를 해달라는거야.뭔가 들여다봤더니 성탄절을 앞두고 예수탄생을 기뻐하며 찬양하는 내용이었지.기가 막혀서..불교집안인 나에게 이런 걸 하라고 하다니,당신네 제 정신인 사람들이냐고 막 야단을 쳤어"그래도 점잖은 양반들의 부탁인데 한 번 살펴보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대본을 찬찬히 읽었고,박동진은 여기에서 새로운 사실에 눈을 뜨게 된다.예수가 외국사람이며 사람의 아들이고 그저 도덕가의 하나인 줄로만 알았는데,하나님의 아들이고 전통윤리나 사상을 훨씬 뛰어넘는 위대한 사랑으로 목숨까지 바치며 인간을 구원하시다니..한순간에 생명의 길을 깨달은 그는 예수를 믿기로 결심하고 가족을 교회로 인도했으며 그때부터 `예수 소리꾼'으로 변신한다.그래서 70년 기독교방송에서 5시간짜리 `예수전'을 10여회에 걸쳐 정력적으로 열창했다.특히1.2부는 조목사와 주선생이 대본을 썼으나 3부는 아예 자신이 대본을 썼다.방송이 나가면서 "도대체 성경을 무슨 타령으로 부르느냐"는 등의 비난과 항의가 빗발쳤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우리의 소리로 들으니 더 큰 은혜를 받고 기쁨에 넘치게 됐다"는 반응과 격려가 쇄도했다.기독교방송 주관으로 광주의 기독교계 학교에서 공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교사들이 비아냥거리며 학생들과 함께 공연장에 나왔으나 절반도 채 안되게 불렀을 무렵 교장이 무릎을 꿇고 흐느끼기 시작하면서 감동과 은혜의 물결이 넘치기도 했다.그후 최근까지 30년 가까이 전국적인 요청에 따라 3천5백여곳의 각종 교계 집회와 학교 등에서 판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구원의 사랑을 선포했으며 믿지 않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왔다.전국을 안가본 곳이 없을 만큼 누볐고 교계가 초청하는 해외공연도 이루 셀 수 없이 다녀왔다."믿음 안에서 마음을 울리는 말씀이나 주제로 판소리를 짤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든 한 번 읽거나 들으면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과 소리에 대한 감각 덕분이야.그런 재주를 타고났으니 그저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이지"그의 머리 속에는 일반대중을 위한 판소리 `적벽가' `수궁가' `춘향가' ` 심청가' `흥보가' 등이 1백80여시간 분량 입력돼 있으며 성서판소리 `신약성서' `구약성서' `팔려간 요셉' `예수전' `모세전' 등도 15시간 완창할 수 있다고 한다.요즘도 하루 두세시간씩 연습하며 성서판소리를 위해 성경을 시시때때로 읽으며 대본을 다듬는다.믿음을 가진 이후 예능교회(옛 연예인교회)에 출석,신앙에 정진하던 그는 80년 장로장립을 하고 얼마 후 원로장로가 됐다.이후 조향록 목사의 초동교회를 다녔으며 지난해 충남 공주에 박동진판소리전수관을 건립하고 낙향해 그곳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내 도리를 다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야.주님이 허락하시는 날까지 온전히 섬기며,기도중 계획한 일들을 이뤄놓고, 우리 민족의 소리도 아름답게 가꿔놓고 싶어"그의 꿈은 전수관 뒤에 마련해놓은 밭 5백여평에 마을 주민을 위한 교회와 은퇴선교사들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휴양소를 짓는 것이다.그리고 전수관에서 수련중인 문하생들이나 앞으로 그 교회에서 배출되는 그리스도의 일꾼들이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도록 가르치고 싶어 한다.지금 전수실무를 담당하는 제자 김양숙씨(34.한양대출강)도 선교사의 비전을 갖고 있다.누구를 만나 얘기할 때 말하는 것보다 소리로 하는 게 훨씬 편하고 좋다는 그는 "우리의 전통적인 소리를 사용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찬양을 드릴 때 하나님이 더 기뻐하시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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