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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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을 오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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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렬 목사님이 20살 되었을 때 아주 무서운 공포의 밤을 경험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2월 하순의 어느 겨울 밤이었습니다. 박 목사님이 평양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던 학생 시절이었습니다. 방학에 충청 북도 고향 근처 시골 교회에 가서 설교 봉사를 하던 때였습니다. 고향에서 20리나 떨어져 있는 용정 교회에 가서 설교를 하고 밤 늦게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평양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밤이 늦었지만 용정에서 내곡이란 곳으로 급히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멀리서 누군가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멀리 어둠 속에서 "종렬아 종렬아"라고 부르며 누군가가 좇아 오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무서웠던지 머리 칼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 동네에 박 전도사를 아는 사람이라고는 교인들 밖에 없는데 그들이 "종렬아 종렬아" 라고 부르며 좇아 올 리는 만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 누굴까 도둑놈일까 도둑놈이 박 전도사의 이름을 알 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누굴까 귀신일까 박 전도사는 너무 무서워서 속도를 내어서 더욱 빨리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뒤에서 딸아 오는 그 사람인지 귀신도 그만큼 더 빨리 딸아 오면서 더욱 더 크게 "종렬아 종렬아"라고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10리 이상을 계속 뛰어서 집에 도착했을 때는 겨울이었는데도 내복이 물에서 건져낸 것처럼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습니다. 그 동네에 사는 친척 아저씨가 마침 용정에 있는 그의 처가에 다니러 갔다가 박 전도사가 설교를 마치고 밤 늦게 혼자 집으로 떠났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걱정이 되어서 박 전도사와 동행해 주려고 좇아 왔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 그 친척 아저씨가 박 전도사를 찾아와서는 이렇게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종렬아 너 걸음이 왜 그렇게 빠르냐 네 걱정을 하면서 계속 좇아왔는데 너를 따라잡지 못했다." 박 목사님은 지금도 그날 밤의 일을 회상하며 많은 것을 깨닫는다고 어제도 저에게 말씀을 했습니다. 즉 인생 길을 혼자서 걸어가는 나를 걱정하시는 주님께서 나를 좇아오시는데도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서 도망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는 말씀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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