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쥐와 인간

본문

신체 기능은 이미 어른인데 심리적·정신적 자기 조절능력은 아직 어린이인 것이 청소년기의 문제점이다.이런 부조화에서 파괴적인 현상이 나타난다.가장 흔한 것이 성(性)적인 면.한 여중생이 1년동안 50여명의 어른과 이른바 `원조교제'를 하며 몸은 물론 정신까지 만신창이가 된 것도 그런 유형이다.성적 기능은 이미 완성됐지만 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인식은 없는 것이다.파괴적인 힘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이런 부조화의 구조가 존재한다.폭력 조직의 행동대는 주로 10대다.이들은 신체적 완력이나 물리적 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신체의 완성도와 정신적 판단의 유아성 사이의 부조화가 극도의 파괴력을 빚어낸다.히틀러가 유년대를 만든 것도 `무서운 10대'의 부조화적 마성을 겨냥한 것이었다. 현대문명의 비극이 여기에 있다.끝을 모르고 발전하는 과학적 기술과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인문·정신과학 사이의 부조화.그래서 `할 수 없음'과 `해서는 안됨'을 구분하지 못한다.할 수 없음은 능력의 유무 또는 기술의 문제다.하고는 싶어도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해서는 안됨은 당위와 윤리의 영역이다.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지만 도덕률 때문에 차마 못하는 것이다.`차마 못함',이것이 동물과는 다른 인간됨이다.이탈리아 산부인과 의사 세베리노 안티노리가 쥐의 고환에서 사람의 정자를 키웠고 이것을 난자와 체외수정하여 아이를 출산시켰다고 해서 야단이다.이런 방식으로 태어난 아이 4명이 지금 자라고 있다.문제의 초점은 `기술'이 아니다.그런 식의 임신 기술이 새롭게 발견된 것도 아니고 특히 뛰어난 시술진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윤리와 가치판단이 문제다.과연 이런 시도를 감행해도 되는가.그런 시술 때문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인간과쥐의 유전자적 혼합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그야말로 `쥐_인간'이라는 괴물이 출현하는 길을 열어놓자는 것인가.`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정도의 `학설'로 해결될 일인가.의료인이기 때문에 인간의 본질을 따지는 철학이나 윤리는 모른다는 것인가.만에 하나라도 일어날 수 있는 돌발사태를 얘기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인간됨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가장 궁극적인 문제는 오늘날의 문명이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마약에 중독돼 있다는 것이다.지적 호기심과 명예심,그리고 돈벌이가 여기에 결합되면 이 파괴적 문명열차는 제동장치마저 잃어버린다.하나님처럼 되려고 바벨탑을 치올려 쌓은 인간의 원죄적 욕망이 이번엔 동물쪽 벽을 허물려고 곤두박질치는가.사람은 사람이어야 한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545 페이지